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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혼孤魂 /秋影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355회 작성일 17-11-20 14:28

본문

 

 

 

 

 

 

 

고혼孤魂 /秋影塔

 

 

 

강가에 배를 대고 나를 풀어놓을 때

내대신 짐이 되는 어둠이 있고

나대신 노를 젓겠다는 바람이 올라탄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 수제비 몇 점

가을을 두루 거쳐 벽 허물어지고

군데군데 구멍 숭숭 뚫린 일본식 집 한 채

주저앉을 날만 기다리는데 마당을 샅샅이 다

읽은 바람이

집안을 읽으려고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둠속 치마를 둘러쓴 여자 하나가

비스듬히, 글자의 받침 하나로 벽에 기대앉아서

꼬무락꼬무락 두 손으로 세상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혼미해진 정신을 수습할 때

임종을 지켜보는 바람의 눈, 붓으로는 더 쓸

문장이 없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그녀의 유서

갈 곳 없는 그녀의 영혼을 싣고 떠나는

강가에 매어둔 작은 배,

남해의 고도 어디쯤 거처를 정해주고

돌아오겠지

 

 

어둠에 간 먹물 듬뿍 찍어 쓰는 추모의 글을

읽으며

왼 집안을 가득 채우는 바람의 호곡號哭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영탑님
한때를 풍미하던 집주인은 사라지고 쓸쓸히 남은 孤魂......
바람의 호곡이 들리는 듯  으스스 합니다

못 다한 여인의 혼이 맴돌고 있을 겁니다
잘 감상 하고 애틋 한 마음 금할 길 없네요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좋은 밤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네에 그런 집이있었지요.
지금은 헐리고 없짐만 허술한 일본식
가옥이었슴니다.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물어진 고택에 묻어나는 풍경들을
정감있게 그리셨습니다.
인걸은 떠나도 늘 기웃거리는 바람과
허공을 맴도는 영혼이 낡은 고택을 떠나지 못하듯 합니다.
귀한 시상에 감사를 전 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인 혼자서 쓸쓸하게 죽었지요.
지금은 집터도 밭으로 변했고요.

예나 지금이나 독거는 쓸쓸합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피탄님의 댓글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더는 그 고혼이 외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대가 쌀쌀맞습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감기만큼 독한 외로움을 맞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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