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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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19-12-08 00:19본문
A4
모든 밤마다
첫눈이 소복히 내리고
작은 섬을 다 덮는데
구불구불 좁은 길따라 조심스레 난 발자국을
찬 바람에 입술이 파래진 쑥부쟁이를
선착장에 형체만 남기고 하얗게 변해버린 폐선도
늙은 이웃개의 구차한 죽음,
젊은 날 보리밭에서의 부끄러운 일마저
어머니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까지
은밀히 행간에 가두고 감추어 두는 일
글쓰는 이마저 행간 밖으로 추방당해
쓸쓸한 고독의 평야에서 걷다가 쓰러지는 일
깊은 우물속 바닥을 드려다 보고 슬퍼하는 일
떨리는 자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는 일
나는 그것을 詩라 이름한다
오늘밤도 첫눈같은 A4의 순백함 그 앞에 설레여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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