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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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59회 작성일 19-12-08 09:18본문
오감도烏感圖
김태운
제 1호- 전원田園
까마귀다섯마리가홍시다섯개걸려있는감나무에앉아있소.
나뭇가지가저들에게붙들려있소.
(검다와 붉다 사이)
제1의까마귀가감을노려보고있소.
제2의까마귀도감을노려보고있소.
제3의까마귀도감을노려보고있소.
제4의까마귀도감을노려보고있소.
제5의까마귀도감을노려보고있소.
다섯마리까마귀는감을노려보며서로의눈치를보고있소.
그밖에다른사정은하나도없는것같소.
감나무가부러지거나말거나상관이없을것같소.
홍시다섯개만남아있으면좋을것같소.
다섯마리까마귀는다날아가도괜찮을것같소.
까악까악거리는건저들의욕심인것같소.
끝내홍시한개만남아도괘않겠소.
(붉다와 검다 사이)
다섯마리까마귀가감나무에앉아있소.
홍시다섯개를노려보고있소.
나뭇가지가불안한것같소
제 2호- 족보族譜
처음부터아들인나의정체가궁금하여족보를뒤져보니문득하늘에서떨어진아들이아들을낳고그아들은또아들을낳고그아들의아들은내리아들을낳고얼기설기겅충껑충...지금의내가그아들이고나는또아들을낳았는데세상은이상하게변하여나의아들은더이상아들을낳을지말지어느새까무룩해진족보는시커먼잿더미속을헤매다문득날개달린까마귀가되어까마득한하늘로사라지고말겠지
제 3호- 투영投影
거울밖의내가거울속의나를본다따라거울속의내가거울밖의나를본다사실인나와진실인내가서로유리벽을경계로뚫어지게쳐다보고있다서로내면을숨긴채내가사실이고진실이라우기는중이다거울밖의내가왼쪽눈을감으면거울속의나는오른쪽을감고있는데도뜬눈은미처눈치를못채고멀뚱하게바라만보고있다거울밖의내가거울속으로뛰어들어가려면거울속의나는거울밖으로튀어나오려는충동질의시간속이다가까이거울의색조차막상흰지검은지모르는걸보면슬쩍옆으로비켜서는순간부터언뜻미로가되어버린미러의경계에놓인사실과진실은모두거짓인줄아는지모르는지
제 4호- 환생還生
한껏추위를품은기해년저물녘까마귀들춤사위가수상하다
저들도필시대설大雪의공중이그리운게다
곱은손가락발가락구부리며헤아릴땐20마리였는데
날아가는것을따라도로펴보니19마리다
어찌1마리가안중에없다싶은데
아! 저기 있다
뚝떨어진것이마치홀로느낌표같은놈
저만치허우적거리며날아가고있다
날갯짓조차영시원찮은데도
악착같이따라붙는기어코의낌새다
온다는눈은아직도아니오고
저놈도전생의하얀날이몹시그리운게다
주제에생떽쥐베리로환생하고싶은
실험용쥐새끼같은놈
!
제 5호- 운명運命
까무잡잡한 새 한 마리 날고 있다. 한때나마 나의 노래 칠색조 같은 계이름을 품고 무지개 꿈을 꾸던 새가 어느새 까마귀 울음 같은 변주곡의 허공에 붙들린 채 허우적거리는 공황恐惶의 이 섬을 떠나고 있다. 저기
한 마리 새가 저어기 날아간다. 석양을 향한 점 하나로 사라진다. 언뜻 노을을 찢어발기는 막바지 날갯짓인가 싶더니 결국 무지막지한 땅거미에 소리 소문 없이 잡아먹히는 낌새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약한 성의라도 표하는 척했지만
시마을 송년회는 즐거이 보내셧겟지요
패러디 오감도 시리즈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