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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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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0-02-20 11:00

본문

유리호롱

 

 

어둔 터널에서 유리호롱을 깨트린 적 있다

-----

어릴 때 그곳을 끼어 다녔는데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날 아마 장날에 아버지랑 나무를 내다팔고

새로 산 물건들을 리어카에 헐렁하게 담아 실었을 것이다)

깡충깡충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그만

호롱이 산 물고기처럼 짐에서 뛰쳐나와

바닥에서 깨어지고 만 것이다

천장에서 바닷물이 뚝뚝 듣는 터널 속에서

장렬한 유리 파열음을 내며 깨어져버린 호롱!

마흔 넘은 생을 살면서 아직도

길이 막막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그날 깨트려버린

한 번도 켜보지 못한

호롱 탓인지도 모르겠다

 

공연히 어둡고 쓸쓸해지는 날이면

나는 슬몃 가슴속 유리호롱의 심지를 돋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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