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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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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0-03-13 13:40

본문

비의 왼쪽

그대 생각하느라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오른쪽이 젖습니다
왼쪽에 대한 추억이
바람에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눈을 떠도 그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흠쩍 젖은 그대가 오래 전 상처처럼
가슴 속에 접혀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이 어둠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비에 젖은 어둠이 길 잃은 짐승처럼
혼자 나무 아래 서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오른쪽이 젖습니다
오른쪽을 잃어버린 비의 왼쪽으로 
길고 긴 하루가
재가 되지 못한 그리움이
빗물처럼 흘러내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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