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등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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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칼라피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82회 작성일 20-03-24 20:55본문
책등
누군가 뽑아주기를 기다리며 돌아서있는 등
어느 시인의 겨울 잠이 길다
누군가에게 등을 보인다는 것은
당신의 손을 갈망하는 일
읽히고 싶다
누군가의 일생이 돌아서면 제목 한 줄뿐이다
저렇게
내 잠을 묶은 것도 이름 하나였다
방으로 돌아와
누군가의 침 묻은 손을 기다리다가
빳빳하게 굳은 아침
깨워준 것은 창문밖 참새 떼였다
그들은 내 생의 유일한 독자였다
아무도 읽지 않아 빛바래간 몸
우연을 위해 여기 꽂혀있다
나를 지은이는 누구일까
뒤 돌아설 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한 줄이다
뽑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등이다
이 낱장의 종이가
누군가에게 되돌아가는 길
그것은 버려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詩作)임을 알자
고물장수의 리어카 위에서,
무엇이 된들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점 가는 일이 한달에 한 번도 힘드네요.
뽑아주길 원하는 책들에게 미안도 하고 약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집에 있는 책들도 주인을 잘 못만나 뽑아주길 포기하진 아닌가 싶네요.
등만 보여 주는 책들의 가슴을 열어봐야 겠어요^^
늘 건필하소서, 칼라피플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