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지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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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5회 작성일 20-03-28 06:12본문
합장하다 만 듯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 끝
작은 대문 입을 벌리면 끼이익 기름 마른 쇠소리가
신경질을 낸다.
방구석 형광등이 눈이 뒤집혀 허연 불빛을
우웩 거리다 눈을 뜨자 불면 자국 선명한 이불이
빨간 큰 꽃잎과 잎사귀를 반쯤 접은 채
아는 체를 한다.
천장을 이고 방바닥 구석구석 달라붙은 습한 곰팡이와
작은 꽃밭들을 지키는 누런 도배지의 싸움이
힘겨운 벽이 조용히 눈짓을 준다.
들어왔으면 늘 하던 데로 한숨을 쉬고 잃어버린
꽃밭은 못 본 체 앉으란다.
황도가 떠난 빈집에서 모가지와 허리가 꺾인 몇 놈 중
제일 긴 놈을 뽑아 물고 불면의 불을 붙였다.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도 가지않는 시간이 켜진,
그리움 한 알 한 알 수없이 구르며 가느린 긴 눈썹이
너무도 선명해지는 이층 구석방은
사랑한다는 그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이별을 왈칵
쏟아내며 빗물을 뚝 뚝 흘리며 왔었던
그사람이 지은 절이다.
다시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사랑하는 그사람이
한 알, 한 알 굴러 새벽 한 알까지 와서야
꿈을 꾸면 울어 오는 그 사람의 처절함으로 지어진,
이별이 수도 없이 굴러오고 말없이
굴러가고 굴러가다 터져 서러운 이층 구석방은
그 사람이 지은 절이다.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이 우는, 곁에 암자라도 짓고 들어 안고 싶은......
잘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함이 많습니다.빗자루가 빨리 닳아
시인님 마당 근처라도 갔으면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