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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 속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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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회 작성일 20-04-02 08:32

본문



바람만, 기약없는 긴 기다림만 불고 있는 적막의

강가에서 우두커니 웅크려 눈물로 닦이는 하얀 이름들

상처 투성이 마른 가슴에 묶여 아프게

밀려들고 다시 쓸려 나가면 그 이름들처럼

고운 모래가 눈물을 머금은 채 햇살을 끌어안고

누웠다.

서서히 들려오는 목젖을 떠난 그들의 노래가

끊어진 기타줄과 심장을 잃은 울림통 사이로

바람을 잃고 누운 눈 감은 깃발 위를 고독하게

떠돈다.

끊어진 기타줄은 아직도 가느린 바람에

몸을 떨고 힘차게 노래하고 춤추던 고결한 어깨들은

레코드판 속의 벽화로 잠들어 빛바랜 사진속에

그 한순간이 누웠다.


사랑했던, 그토록 사랑했던 눈물은 흙먼지로 굳어

가슴으로 흘러들었고 말 없는,멈추지 않는 슬픔의 강

하얀 안개 밑에 엎드렸다.

아! 이상이란, 이상은 언제나 끝없이 긴 고통과

인내의 돌길 너머 손이 닿을 듯 닿지 않는 돌기둥 위에

앉은 한 마리 비둘기로 언제든 날아갈수 있는

날개를 퍼덕 거린다.


이상을 외치고 부리짖던 자들의 멈추지 않는 강물

그 아픈 강물 소리가 레코드판 속 벽화에서 가슴으로

흘러든다.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명징한 햇살이 비치는

높은 돌기둥 위에 앉은 이상의 고독한 날갯짓

그 가벼운 울음 소리가 머리에 꽃을 피워 입에 물면

눈부시게 날아오리라

이제는 일어서 눈 감은 *누에바 칸 시온의 깃발을

깨워 흔들며 힘차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저 성난 불빛들의 물결로 고결하게 부서지리라

힘찬 함성이 돌기둥을 부수고 레코드판 속의 벽화를

터져 나와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구우! 구우 우 이상의 고독한 소리가 날아온다.


*누에바 칸 시온(Nueva Cancion)

1960년대 초반, 칠레를 중심으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등으로 퍼진 민족, 문화, 음악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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