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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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5회 작성일 20-04-02 09:12본문
한때 전국의 산을 한 번씩 다 읽고 싶었다네
산은 많고 갈 곳은 많았지
이사 올 때 덤으로 따라온
몇 십 년 읽지 않고 책장 속에 꽂아둔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불수사도삼
다섯 권의 첫 장을 하나씩 넘기기 시작했다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지 모르지
불붙은 정열은 정독精讀보다 다독多讀
숙독熟讀보다 속독速讀을 재촉했다네
불수사도삼을 어느 정도 읽었기에
남쪽의 한 산을 박섭博涉하러 떠났다네
전쟁의 고통과 민중의 애환이 서려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였지
주마간산 속독速讀으로
풍광의 아름다움과 전체 줄거리의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을 뿐
오래된 연륜이 담아 놓은
산의 숨은 마음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네
오랜 만남이 한 산의 깊은 속정을 쌓이게 하듯
한 번의 오감五感으로 칠정七情의
내력을 파악할 수는 없었다네
노루글처럼 겅중겅중 다닌 산의 기억은 쉬 사라지고
잘못 쓴 감상문感想文은 오독誤讀이 있었다네
묵독默讀하지 못한 남독濫讀의 발길을
이제 숙독熟讀으로 돌리려하네
지름길로 가면서 꽂아 두었던 서표
능선의 골짜기 얽히고 설킨 바위
나무가 상생하며 공존하는 너덜지대
이즈음 한 산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네
읽었던 산을 음미해보며 반복해서 거듭
소리내어朗讀 읽어보고 싶다네
*불수사도북 -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삼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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