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을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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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81회 작성일 20-05-17 13:20본문
시마을 소감 / 백록
이 마을은 나의 고향이지
어느덧, 타향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詩(와 그리움이 있는)마을
나는 2011년생
그때는 글이 뭔지 시가 뭔지 모르는 시절
주제에 '인터젠틀'이라는 거창한 태명으로 태어났지
대뜸, ‘마음의 창’이라는 헛소릴
첫울음으로 내지르며
첫돌이 지나자
나도 ‘참 잘했어요’라는 방으로 기웃거리기 시작했지
그 방엔 기라성 같은 작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즐비했지
지금은 개날에 한 번씩 비치는 시인들이 날마다 보란 듯 거들먹거렸고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모를 작자들의 시가 잔뜩 비쳤지
이름하여
난다 긴다하는 김이박최정, 그 외의 씨는 물론이고
일십백천만억조경, 그 밖의 별의별 성이며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의 줄거리며
도레미파솔라시의 시며
천방지축마골피의 시며
안이비설신의의 시며
달을 따라 해를 따라 곧잘 우수작에 오르며
그들과 어르고 달래며 다투고 씹히며
어리숙한 나도 칠색조의 변주곡을 품고
작금의 역병처럼 변이를 거듭하며
어림, 삼천 편 남짓 작작거렸지
'테우리'로 '테울'로 '서포'로 '비수'로 등등
지금의 '백록'으로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갈수록 쌀쌀하게 돌변하는 강산을 따라
이 마을도 사회적 거리를 의식하는지
사뭇 쓸쓸히 변해버렸지
마침내, 늙어가는 나도 이제
이 마을을 떠날 때가 된 거지
이미 떠난 임들처럼
슬그머니
댓글목록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른 곳에 가지 마세요..
저는 2008년에 처음으로 시마을에 왔습니다..
그당시 멘사코리아 정회원이기도 했는데 사이버문학광장에서 옮겨왔죠..
시작노트를 쓰던 임동규 시인을 좋아라 했고 첫 작품이 "형의 마침표"인데 우수창작시에 뽑혔습니다..
현재는 지필문학이라는 계간지에 동시로 등단해서 동시인이 되었지만 시는 꼭 일류 문예지나 신문사에 뽑히고 싶습니다 꼭이요..
그런 의미에서 뒤늦게 시마을에 합류한 김태운 시인의 "칠색조"를 보고 큰 영감을 받아 "팔색조"라는 시를 썼으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시인 중에 세 손가락에 꼽힙니다..
시마을에서 시향을 널리 퍼트리기 바라며 문운을 빕니다..
떠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
<추신 : 시마을문학상을 받으면 떠나기로 합시다..>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2014년에 테울이라는 이름으로 고작 금상에 그쳤지만
강철님은 꼭 대상의 영광을 누리길 바랍니다
답글 삼아 졸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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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어느 카페에서 / 김태운
모가지가 길어 슬픈 사슴이여!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혹, 백석이었는가?
고독한 베로니카여!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차라리 삼키고 싶은
서글픈 화상의 주홍글씨여!
영애와 치욕의 행간이 교차하던 세월
멀리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을 따라간
당신은 노을에 숨은 그림자
꽃사슴 한 마리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쓸쓸한 화풍이여!
천명의 시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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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롯가수 영탁의 노래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14년 제 10회 시마을 문학상 저의 수상작이 지워져 있네요
해서, 당시 '한라의 수묵'을 '한라의 문인화'로 퇴고한 작품을 여기로 올려 놓습니다
한라의 문인화文人畵 / 테울
때는 바야흐로 화창한 봄날,
북쪽 바다를 등진 채 산등성이를 마주하며 정좌한 곳
동서를 아우르는 어중간이다
영주瀛州의 정기를 심기로 담근다
수북한 백록의 잔털을 모아 千 자(尺) 붓털을 엮는다
정상에 놓인 벼루, 백록담에 붓끝을 푹 적시고 휘휘 좌우로 젓자
천연의 먹물
흙탕, 질퍽하다
흐릿한 세한도의 배경을 떠올린다
다하지 못했을 추사의 심기를 추스린다
억겁의 바다를 밟고 선 山의 해발은 크고 높다
시야에 비친 예각의 고도는 대체로 낮다
좌우로 길게 똬리를 편 채 머리를 맞댄 쌍룡의 형상
그 위용을 받든 소심한 서생의 서툰 붓질이다
주눅 들어 납작 엎드린,
千 폭 화선지는 허공이다. 허공을 향한 발묵潑墨
정중앙을 우러러 쿵, 내려찍고 좌로 비튼다, 간혹
숨 넘길 듯 멈칫거리다 끊어질 것 같은 이음새
동쪽 갯가를 향한다
길다랗게 오르락내리락
한 눈에 비치는 어림 일백 里
우여곡절을 거치며 붓끝이 머문 곳
파도가 일고 잔영이 번진다
한숨 고르고 다시 허공을 향한 발묵
좌룡이 먼저 아가리를 벌린 정상부터다
그곳으로 머리를 맞댄 채 날숨을 들숨으로 삼키며
운필한다
기울어가는 빛, 그 여운을 따라 휘~ 비람을 젓는다
서쪽 갯가로 팔자 좋게 허리를 쭉 편 우룡
마침내 꼬리를 치켜 붓끝을 세운다
기진맥진, 멀리 노을이 일렁인다
제자리 정좌하고 마주한 山 우러러본다
마치, 납작 엎드린 사람 人이다
오늘도 저기 千 폭 수묵화는 섬사람들을 지키는 중
성품이 가히, 萬 폭이다
홀로 가속들 한 아름에 품으시던
울 할머니 가슴을 닮은,
맛살이님의 댓글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간혹 뒤 돌아보고 싶은 순간 들르세요
모두 소식 없이 떠나 나, 꼭 연을 끊지 말고
고향 들러 보듯 오시는 것도....
저는 이제 모든 맥을 내려놓고
마치 셋방 떠나라는 소리 귀를 간지리는 듯 하나
실없는 지꺼림도 나라는 독자가 있어 서성입니다
그간 특히 테울 시인님으로 문우가 되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