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흔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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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5회 작성일 20-05-19 19:17본문
나는 일흔 살
나는 일흔 살
항상 잠긴 문을 열고 들어와
현관문을 닫으니 혼자다
종일 비워둔 공간에 집을 지은 적막이 묵직하다
적막은 쌓아두는 게 아니라 어디로든 흘려보내야
한다 생각하며 난초무늬 다기에 찻잎을 띄우고
오래 차茶를 우렸다
맑은 바람 끝에서 피어나는 눈록嫩綠의 차향이
몸 안 가득 찬 울음들을 씻어낼 거라 믿었다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은 순간까지 핏빛을 쏟아내며
돌아가는 석양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본다
그 사이로 문득 오래된 풍경이 바람처럼 지나가고
사람이 그리워 틈틈이 귀를 여는 동안 찻물이 다 끓었다
먼 순례의 길 같은 하루를 애써 걸어온 나에게
차 한잔을 따른다
차茶는 마시는 게 아니라
오래 천천히 몸 깊이 흐르게 하는 것
나는 일흔 살
비로소 한 찰나의 적막에 물드는 시간이다
댓글목록
sundol님의 댓글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두 일흔살인데..
구구절절 공감이
담채님의 댓글의 댓글
담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습니다.
저는 일흔이 좀 지났는데 몇해 전 써둔 것을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