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등에서 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회 작성일 20-06-03 21:53본문
도요등*에서 놀다
시간이 멈춰 있는 곳
늙지 않는 소년들이 모래성을 짓고 영원히 산다는
나의 노스탤지어 저곳에,
한 열흘 나를 풀어놓고 싶다
심심하면 조개를 캐고 게나 물고기 더불어 놀고
복잡한 활자와 소리, 쓸쓸한 계약과 여운 없는 인사
속도와 편리를 잊어야지
온갖 부유하는 것들과
허약한 생명들이 물살에 휩쓸려오는 기착지
해당화 한 송이 귀하게 피어나는 이곳은
낙동강 최하단 모래톱,
길게 누운 모래 등에 굽어가는 내 등을 눕히면
강물이 나를 지나 바다로 흘러가겠지
쇠제비갈매기와 흰물떼새,
미처 떠나지 못한 유월의 도요새
뾰족한 부리와 꽁지깃을 바라봐도 좋겠네
그들처럼 나는 가벼워져서 날아 오를테지
아, 까만 밤이 천지에 내리면
강물 위로 쏟아지는 외계의 언어들이 소란하겠네
이들을 해독하느라 강은 또 온밤을 뒤척이겠지
새와 바람과 모래와 수초들만 사는 이곳에서
한 열흘 살다보면
떠나온 도시의 문명도 잊고
최소한의 필요만으로 단순해져서
하루 한 끼의 일만으로도 나는
바빠지겠네
*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있는 모래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