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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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42회 작성일 20-06-05 15:57본문
하루사리
하늘시
폐지廢紙의 폐부를 찢으면
마른 기침 냄새가 난다
널부러져 누운 새벽이 기침 소리에 눈꼽을 뗀다
손수레는 점심특선 한정 4900원 국밥을 고수하려
콧물의 심지에 새벽을 달고
종이 박스같은 생의 거적을 실어 올린다
투박한 하루 해가
뚝배기 한 사발에 노인의 허기를 말아 먹는다
깍두기 국물같이 맹숭한 언덕이 질곡의 바퀴를 밀면
흩어져 있던 한나절 발목이 등 진 바람에 절뚝거린다
오늘을 줍기 위해
내일을 버리는 불꽃이 있다
오늘과 내일은 같은 목숨이 아니라서
분리해야 살 수 있고
분해해야 팔 수 있다는 상대성 이론이 있다
한 장 연탄의 불꽃이 하루의 목숨처럼 뜨거 울 때
꽃은 발화점 끝에서 지독한 향을 내 놓고 죽는다
미수微收의 골목에는 연탄재처럼 허연 뼈가 찬서리를 뿌린다
창고에는 아직,
순서를 기다리는 목숨이 몇 장 남아 있고
104 언덕*의 달은 한 쪽 얼굴을 살려 놓는다
연탄집게가 삷과 죽음의 구멍을 맞추고
섬세한 법칙을 따지는
오늘과 내일을 갈아 끼운다
국밥이 식기 전에
겨울이 봄을 주웠으면 좋겠다
* 서울 노원구 소재 달동네 판자촌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임하는데
온몸이 흙탕물에 젖어 있는
제 몰골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높은 곳만 바라보며 살아왔네요.
참,....
노인의 하루살이를 묵상하며,
고맙습니다. 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그렇습니다 조금 더 조금 더 라는 하루에 갇혀서
저 역시 그랬습니다 ...참....
가끔 봉사로 들러는 참 소박한 마을이지요
묵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봄빛가득한 님!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렁탕에
국수를 말아 먹듯
뜨끈 하게 읽게 됩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설렁탕에 국수를 말아먹듯
뜨끈한 댓글이네요
설렁탕 한그릇 배달해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피플멘66님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동안 안 보여서 섭섭했는데,
이처럼 왕성하게 다시 시를 쓰시니,
참 좋고 잔잔한 사람을 재회한 듯하여,
흐뭇한 마음입니다.
오래 좋은 시 많이 쓰시길.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에 나왔는데..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너덜길 시인님과 재회하여
마음 한켠이 흐뭇합니다
건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