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조개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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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7회 작성일 20-06-09 09:51본문
바다 위로 빛나는 기포들이 솟아오른다.
무엇이 저 기포들을 쏘아올리는 것인지 마을에서 가장 늙은 촌장도 아직 모른다.
촌장은 토바고섬 밤하늘 위에 떠오르는 별들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설레인다고 한다.
즈믄 밤하늘
쨍!
누군가 별들을 손가락으로 튕기는 듯
미세한 진동소리 검은 나무들 사이로 퍼뜨리면,
마른 야자나무잎으로 부끄런 데만 가린 처녀들이
공명(共鳴)하여 바람이 난다고 한다.
섬으로 다가오는 비췻빛 파도에 연록빛을 섞은 다음 빨간 산호조각을 부슬부슬 흘려넣는다.
그러면 몰려오는 파도에서 과실향기가 난다.
투명한 유리조각들이 수면 위에 수평자세를 유지하며 몰려온다.
수정의 중심을 들여다보라.
거기에는 불가해한 언어가 숨쉬고 있다.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는
처음 이 섬에 혼자 흘러들어와 돌고래와 별과 햇님과 모래알들과 교접하여 우리를 낳으셨다고 한다.
수정의 중심을 들여다보라.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는
지금 저 수정의 중심 속에 들어가 미소인지 침묵인지 모를 신비한 숨결을,
저 밤하늘 둔부가 거대한 별들도 혼자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니,
흙으로 빚은 여신의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신비하고 단단한 껍질로
영롱함을 무기질(無機質)로 위장한.
마을사람들은 모두 바다로 뛰어들어가 진주를 찾는다.
심연 각진 바위 위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 아기집은,
산호가지에 슬쩍 찔린 자국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뭔가에 홀리려
심연 속으로 뛰어든다.
섬에서 가장 어린 페아페아가 어제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하혈한 피를 저 바다 속 깊숙이 흘려넣었다.
영롱한 진주는 그녀의 종아리로 흘러내리는 피를 핥는다.
마을에서는 밤 새 축제가 벌어졌다.
보랏빛으로 죽어 버린 아이는,
마법사가 말하기를,
보랏빛은 가장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아
근원이 되는 빛의 가장 밑바닥을 뒤흔드는
태곳적 욕망이라고 한다.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란 진주를 찾기 위해
잭 스패로우에게 키를 맡기고
두장의 종범이 달린 라레알을 타고
카리브해를 저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밤,
시인님과 함께
페아페아를 위해
따뜻한 슬픔을 나눠 마시고 싶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하시죠.
진주는 지금 이순간에도 거기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