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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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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20-06-20 22:55

본문



더운 열매가 열렸습니다. 주홍빛 홍시같은 살점들이 드문드문 무대 위에 묻었습니다. 그녀의 발이 닿는 곳마다 원추리꽃이 피어났습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습니다. 기적을 바라고 있던 것은, 저 고염나무 가지 끝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멧새만이 아닐 것입니다. 오색무지개를 덜컹거리며 뱀 한 마리가, 무수한 비늘들마다 각기 다른 빛깔 침묵을 퍼뜨리며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자가 무대 위로 걸어나왔습니다. 갈색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싸고 주머니 안에 손을 넣고 입술을 악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외계어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그녀가 말하는 것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집은 잡풀들에 덮여 있었습니다. 


잔뜩 녹슨 철제문에 손을 대자 문은 삐그덕 소리도 없이 가만히 열렸습니다. 


그녀가 가만 미소를 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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