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오 > 창작시의 향기

육이오 /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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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를 떠올리며

더위에 휩싸인 채 한여름으로 휩쓸리던 바람이

탕탕 불어 댑니다

장마로 머뭇거리던 빗발이 피 철철 흘리며

실컷 울어 젖힙니다

​6월, 그날의 조짐들  

한겨레 백성들

울고불고

뚝 떨어진 이 섬의 시퍼런 동백들도

지난 4월의 붉은 눈물 떠올리며

울고불고

2. 너의 詩

한반도의 동족상잔이라는 치욕적 별명을 가진 넌

어느덧 고희^古稀를 넘보고 있다

오래 살수록 지긋지긋한

너의 삶은

죽을만하면 망령으로 되살아나는

너의 넋은

반쪽 섬에서 태어나 죽도록 반의반쪽을 고집하는

너의 본색은

토끼의 간이더냐

이빨 빠진 호랑이더냐

홍익인간의 이념을 스스로 옥죄인

너의 전생은

혹, 전쟁의 신 아레스(Ares)의 근친이거나

그런 귀신이더냐

3. 너를 지우며

​

지금도 호시탐탐 잔꾀를 부리며 으르렁거리는 넌

이미 삼켜버린 백만의 목숨도 부족하였더냐

도대체 얼마를 노리는 거냐

그게 바로 너의 정체라면

안 그래도 수상한 이름

육이면 육이지 왜 오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부로 너를 싹 지우련다

나의 달력에서 영원히

​

너를 죽어야 이 나라가 산다

더 이상 떠올리는 건 

치명적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