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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20회 작성일 20-07-12 18:53

본문

오일장에서 / 백록

 

 

 

1.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오던 길 되돌아서

돌고 돈다

 

코와 입은 마스크에 갇힌 채

먹거리들 호들갑을 떨면

눈이 번쩍

싼 물건이라는 사탕발림에

귀가 번쩍

살까 말까 망설이길

수차례

 

 

2.

 

 

장 안은 우왕좌왕이다

예전 같으면 여기는 확 트인 곳인데

어느덧 꽉 막힌 사각 속이다

그 속에서 다시 작은 사각의 폰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중얼거리는 사람들

이리저리 풍경을 훔치는 사람들

스스로 그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옛 들녘 과일이며 텃밭 야채들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갑갑한 온실에서 자란 것들뿐

마침, 꽃장을 지나치는데

보란 듯, 죽음을 부르는 네펜데스가 비친다

그 속으로 억울한 죽음들이 희끗거린다

개중에 창피한 죽음들도 얼씬거린다

죽은 뒤에도 내 편이네 네 편이네

편 가르는 소리들이 스친다

 

 

3.

 

 

이 장도 이제 추억 속 옛 장이 아니다

허울 좋은 현대화의 물결 속, 한 치 앞도 못 보는 사람들

저가 파는 것이 제일 좋다 유혹하는

장사꾼들 입방아 속에서

눈이 끌리고 귀가 솔깃한 쪽만 옳다 우기는

기회주의자들 속에서

마스크에 갇힌 채 세상의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는

나는 오늘, 그 속에서

코페르니쿠스를 찾고 있다

당신의 역발상을,

 

그 시절로 돌아가서

갈릴레이처럼 지구는 역시 돈다는 걸

세월도 따라 돌고 돈다는 걸

우기고 싶은 거다

 

좌와 우의 이념을 모르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산과 바다는

작금의 요지경까지

이날의 막장까지 이미

보고 있었다며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들 냄새 물씬나는 곳, 오일장이지요.
이곳 성남 모란장도 오대 장안에 들지요.
장날 손칼국수 한 그릇이면 오장육부가 행복해 합니다.
비상시국에 단단히 건강 잘 챙기세요.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도 보내도 끝이 안보입니다.
오랜만에 뵙죠?
건안 하시길 빕니다.

조남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조남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승자는 행동으로 말을 증명하고 패자는 말로 행위를 변명한다.
이 시대의 지성인 다 어디 숨어 있나요  ------------그 많던 지성인은  자연인이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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