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사슴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3회 작성일 20-08-11 00:09

본문



어젯밤 사슴이 내 머리맡에 왔다 갔다. 어느새 머리 없는 몸통이 내 눈에 익숙해져버린 사슴. 그는 나를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는 어느 먼 섬으로부터 왔다고 한다.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둔 시집의 책장과 책장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내 고통에는 접힌 흔적이 있고 목쉰 흔적이 있고 내 다리 사이 지느러미는 부어서 내가 얼마나 멀리 표류해왔는지 말해준다. 내가 어머니를 부르는 다른 말은 자운영이다. 그것도 지금 나보다 어린 어머니를 부르는 말이다. 그 시인은 거제도와 통영 사이 어느 외진 등대에서 혼자 산다고 한다. 사슴의 아내가 얼어붙은 바윗돌 위에 자운영 키우며 산다고 한다. 작은 쌀알들처럼 떠다니던 별빛이 떨리다가 눈부신 비늘들의 격류로 거대하게 부풀면, 시집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내 안에 머리 없는 사슴이 늘어간다. 내 안의 머리 없는 사슴들은 모두 각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벌거벗고 자맥질하러 달빛 속으로 들어갔다. 일렁이는 빛으로 가득한 평원을 사슴들이 뛰어간다. 일렁이는 빛의 바다에 둥둥 떠서 시인이 익사체로 누워있다. 나는 내 망막을 한 꺼풀 더 넘긴다. 종이 접히는 고운 소리 대신 접힌 종이 안쪽 고통으로 사슴이 능선을 넘어간다. 사슴 발굽에 자라는 이끼를 핥으려는듯 나는 빛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나는 벌거벗었고 벌거벗어서 황홀에 차있고 하반신에는 상흔이 가득하다. 익사체가 내게 둥둥 떠왔고 또 사슴이 다가왔다. 모두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둥둥 떠다니는 익사체가 내 옆구리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나는 더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허나 내 의식은 정반대로 또렷해졌다. 갑자기 눈을 뜬 나는 창을 열고 다자이 오사무가 투신하였다는 밤하늘 속 자오선을 찾다가 거제도와 통영 사이 그 어디쯤에서 이 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댓글목록

김용찬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용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읽었습니다..딱 하나만 질문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사슴과 마지막 연의 詩를 연결하는 알고리즘이 무엇인가요? 궁굼하군요...!!아, 또 하나, 화자는 원하는 시를 쓰고싶은 고뇌에 차있으나 자살에 대한 의식은 찾아 볼 수 없는데 디자이 오사무라는 고리타분한 작가를 마지막에 소환한 이유가 사뭇 궁굼하군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시의 자살행위라고 누가 그러셔서요.

그냥 앞부분에 다 나온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Total 549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49
진주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3-28
548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3-26
54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3-25
546
수선화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8 03-24
54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3-22
544
싸락눈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3-21
543
木魚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3-20
542
우쿨렐레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3-19
541
목련(木蓮)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3-18
540
카이아 댓글+ 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3-17
53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3-16
53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3-15
53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2-22
53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12-21
53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10-19
53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9-07
53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9-05
53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 09-04
531
깃발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9-03
53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9-02
529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08-31
528
과일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8-20
52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8-19
52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8-18
525
바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8-17
524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8-16
52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8-15
52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8-12
521
한여름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8-11
52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08-10
51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1 08-08
51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8-07
51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8-04
51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8-02
51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8-01
51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7-31
51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7-30
51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7-28
51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7-27
51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7-26
50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7-21
50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7-20
507
호수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7-17
50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7-16
505
高原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7-15
504
연꽃들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7-08
50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5-22
50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5-19
501
갤러리에서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5-17
500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5-12
49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5-07
498
히미코 댓글+ 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5-05
497
댓글+ 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5-04
49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4-26
495
시의 바깥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4-20
49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4-10
49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4-05
49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3-30
49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3-28
49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3-27
489
雪國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3-26
48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3-25
487
雪國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3-21
486
칸나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3-18
48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3-15
48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3-14
483
북방여우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3-01
482
안개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2-27
481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2-17
48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2-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