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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호반(湖畔)에서 까마귀 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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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5회 작성일 20-08-18 08:50

본문



호수로 구름이 내려왔든가 아니면 물안개가 몸을 휘말아가며 

여름 하늘로 오르고있다든가

적요의 스펙트럼 위에 넓게 펼쳐져 형태 없이 작은 입자들로 

청록빛 물 위에 흩어져가는

파릇한 녹음이며 창창한 잎 비린내며 오늘 아침

호수를 찾아온 어느

까마귀 울음소리 높은 데서 연꽃 

숭어리 멀리 섬들 사이로 밀려나가는

정경을 엿듣다. 


초여름이라 미류나무 잎 잎 사이에 물구슬 매달려 

반짝이는 거미줄 기하학적인 투명함 

자욱한 운무의 덜 닦여진 

흐릿한 투명함에 팔을 한껏 뻗으나 후박나무 잎새에 채 닿지 않고 

수면 위에 미세한 파문으로 앉아보나 그 끝에서 자그맣게 

말려올라간 청록빛이 미동도 않는.


어느 익사체 청록빛에 담뿍 잠겨 오늘 아침

내게까지 떠밀려왔거니 피오르는 물안개 가지런히 그와 

섞여듬을 나는 까마귀 소리 속에서 

바라보는 것이니 

후박나무 그늘에 잠시 서면 

높은 데서 날 부르는 소리 이 아침 

수면을 간혹 덮은 썩은 나뭇가지와 변형된 잎들로부터 

반짝이는 황금빛과 팔팔 날뛰는 청록빛을 

찾아냄이다. 


싱그럽게 일어서는 초여름 아침과

겹치기 위해 어디서 날아든 까마귀 소리. 

나는 저 싱그런 잎들과 또렷한 잎맥들 속에서 죽음을 보고 

까마귀 소리와 은빛 물살 속에서 흔들거리는 

익사체 속에서 되살아남을 보는 것이다.

내 유년의 철조망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그 담 위로 

나팔꽃 피오르는 것을 보았던 것처럼

황홀한 사루비아꽃 피우던 그 톡 쏘는 

황토흙의 정체는 죽은 개의

늘어진 혓바닥이었던 것처럼. 어린 내가 그 죽은 개를 

보았던 때 그리고 지금 초여름 아침 까마귀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죽음과 부활, 소멸과 영원을 함께 

감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온지 알 수 없지만 

까마귀 소리는 

내 감각을 초월하여 어떤 미지의 존재가 내게 불어오는 

메세지를 담은 입김처럼 나는 

저 까마귀 소리를 도대체 내 어떤 감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보이지 않는 날개가 푸더덕하고 내 머리 위에서 소리치며 

어디론가 멀어져가는 것만 

내 황홀에 각인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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