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안으로부터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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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36회 작성일 20-08-25 00:03본문
침묵은 내게 갑자기
어떤 빛깔 어떤 음향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나는 들리지 않는 것을 귀 기울여 들으려
애쓰는 병이 있습니다.
창문을 열자 시린빛과 연록빛이 흘러들어와
색채들끼리 긁히며 마찰음이 방 안 가득 들려옵니다.
그대여, 이 마찰음 안을
들여다보세요. 엽록소로 가득한
후박나무 잎 안 공간을 들여다보세요. 가득찬 것같던 공간이
사실은 빈 틈으로 이루어진 것을.
그 견고한 투명함의 안을
두드려주세요. 후박나무 잎맥들 벌거벗고 뛰쳐나가는
그 무한한 약동(躍動)에 키스해주세요.
벽에 귀를 대고 자꾸 귀 기울이다보면
내가 가난해지는 것을 느껴요.
사방 벽이 내게 다가옵니다.
비도 오지 않는데 일렁이는
연분홍 복숭아꽃 통증들.
꽃마다 다른
통증의 표정들.
독한 향기가
내 귓속에서
시퍼런 것을 넓게 넓게 펼칩니다.
무너지는 폐 속에 선혈을 담은
내게는 침묵 밖에 없어요.
가라앉지도 떠가지도 못하는
폐선의 뻥 뚫린 옆구리처럼,
이 침묵을 이렇게 닦고 또 닦는 것은
내가 당신에게 드릴 것이 이
가난함뿐이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당신을 언어
바깥으로 높일 것은
오직 이 가난함뿐이기에.
말과 말 사이 경계
바깥에 선
그대여.
** 붉은선님의 훌륭한 서정시를 읽고 저도 한번 써보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붉은선님 훌륭한 시에 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붉은선님 훌륭한 시 고맙습니다.
댓글목록
붉은선님의 댓글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들짝 놀랐습니다~~~ 훌륭하다고 까지 평해 주신 시인님께 갑자기 부끄러워서 입니다 ~~
시인님의 글을 열면 공감이 있고 감동도 있는 저는 항상 즐겁게 찾아 봅니다~~^*^
부족한 저에게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용기 주심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시인님~~^*^ (꾸벅)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시를 오래 써왔기 때문에 좋은 시를 보면 이 시가 장차 어떻게 뻗어나갈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시에 쓴 표현 - 연분홍 복숭아꽃이 덜렁이는데 꽃마다 통증의 표정이 다 다르다 독한 향기가 내 창문으로 들어온다 -
는 님의 시에 대해 제가 느끼는 감상입니다.
정진하시면 충분히 일급 서정시를 쓰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저는 매운 지조가 느껴지는 단단한 시와 향기가 입혀진 언어를 존경합니다.
빛날그날님의 댓글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초고는 컴백홈 했습니다. 댓글도 가져가서 살필 것입니다
우수작에 선되신 것 축하드리고요. 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댓글 고마웠습니다. 최승화 드림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한 시들이 많아서 우수작이라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네요.
그냥 심사위원님 기호에 더 맞았나 보다 하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제 의견은 그냥 개인적인 것이고 빛날그날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고맙게 생각해주시니 제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