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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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45회 작성일 16-05-16 19:58본문
그날
아무는 것이 상처라지만
흐르는 세월이 약이라지만
해가 저물어 우리가 술을 마신다
발포의 주역도 없이 빗나간
역사의 총알을 맞아
우리가 술을 마신다
술병은 제 내장을 다 파내고도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화염병
술잔은 당신의 최루(催淚)로 넘치는 눈동자
무덤에선 왜 아직도 파란 풀이 돋는가
열이레 사자(死者)들이 강림하면
잔 잡아 당신을 위해
우리가 술을 마신다
주검이 능선을 긋던 행진들아
국민에 박힌 군화 자국 이제 어찌할까
미친 총구에 맞서던 심장들이
5월의 과녁이던 그날이 오면
혈루(血淚)의 잔을 들고
우리가 술을 마신다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피랑 선생님 주신 시 슬쩍 감상하고 가려다가 인사 드리고 가네요.....
님을 위한 행진곡 정말 오래간만에 되놰다가 눈물 찔끔 거리다가 갑니다.
참, 데모 많이 했습니다. 80년대 끝자락 학번, 이었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시 잘 감상하고 가요...좋은 저녁 되십시오.
동피랑님의 댓글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鵲巢 님 무척 오랜만입니다. 사업도 열심히 하시고 창작도 불타는 장작 같아 늘 부럽습니다.
수능(예비고사)을 칠 무렵 10.26이 발생하더니 다음 해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전국에서 민주화운동이 봇물 터지듯 하였죠.
캠퍼스 생활 불과 몇 개월 만에 휴교령이 내리더군요.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저는 평소처럼 운동장을 돌려고 새벽녘에
기숙사 문을 나오려는데 출입문 좌우에 현역 두 명이 M16에 대검까지 꽂고 위협을 하며 외출을 막더군요.
나중에 보니 이미 밤을 틈타 운동장엔 군인들이 막사를 설치하여 주둔했고, 우리는 통학버스를 이용하여 모두 짐 보따리 싸고
시외주차장까지 무장한 군인들에 의해 강제 후송당하였죠.
당시 조선대에서 처음부터 운동권이었던 친구 한 명은 광주에서 통영까지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고향에 돌아왔는데
항상 감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 저는 역사적 현장에서 희생을 다하지 못했던 젊은 날이 부끄러울 때가 잦습니다.
그래서인지 니주구리합빠빠 새끼들 아직도 안 데진 걸 보면 피가 까꾸로 치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