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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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989회 작성일 17-01-11 17:41본문
알록달록
겨울에 무늬가 있다면 웅크리는 사람 모양이다 눈 위에 새겨진 신발자국 위로 죽음이 웅크리고 있다
겨울에게 온도를 빼앗기면 대기가 따뜻해진다 남자는 남은 체온의 끈을 붙잡고 손가락으로 첫 문장을 적는다 “살려줘”
발버둥의 대가로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겨울은 사형집행인처럼 남자와 가까워진다 눈이 머리 위로 쌓이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떠올리면 흩어지는 기억
남자는 두 번째 문장을 적고 싶어 한다 잘려나간 손가락은 다시 붙지 않는다
겨울이 형벌의 도끼를 번쩍 들었다가 남자의 목 위에서 멈춘다 죽어가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이
남자는 잘려나간 손가락을 집어 들고 겨울의 이름을 적는다 다잉 메시지처럼 겨울을 범인으로 몰아세운다 두 번째 문장이다
하지만 겨울은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는다 남자는 더 깊이 웅크린다 시야가 좀 더 어두워진다
고개를 들면 온통 세상이 하얗다 웅크릴 때는 알지 못했던 풍경
모든 하얀 것은 병실일 터였다 병에 걸려 흔들리는 생애
남자가 피를 토한다 겨울이 빨갛게 물든다
참 예뻤다
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고현로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기혁님 덕분에 미리 보는 신춘문예를 자주 보게 되는군요.
장맛비에 보 터지듯 쏟아지는 격랑, 감상 잘하고 있어요. ^^
방학이 있어 부럽군요. 노가대는 연중무휴라 죽을 맛입니다.
화이팅필 하세요^^
이기혁님의 댓글의 댓글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춘문예에 낙선한 참입니다 ㅎㅎ
이제 올해까지 밖에 없는 방학 시 많이 써둬야지요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붓놀림이 화려하네요.
멋진 시 앞에선 할 말이 없이 멍 하네요.
뇌가 힐링을 받습니다.
정말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추운데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이기혁님.
이기혁님의 댓글의 댓글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힐링 받으셨다면 다행입니다
이장희 시인님이야말로 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복사해서
집으로 가져갑니다.
비공개 설정하고 수시로 공개해
볼 생각입니다.
눈 밝은 이의 評 조만간 들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