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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그림자를 가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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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믐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55회 작성일 17-11-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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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개의 그림자를 가진 나무






비가 내리네 겨울비가

마취탄을 맞고 달아나는 들개처럼

뒷걸음질치며 미친 듯이 퍼붓네


나는  가슴을 가진 처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지

원시의 흔들거림

종족의 허기가 신앙하는 풍요의 벽화에서

발굽 달린 짐승들의 질주

젖은 등에 석촉을 맞고 달려오는 들소처럼 바람이 부네


움직임이 둔하지만 않다면 표적이 되지는 않아

 상처를 들여다보는 어미 짐승의 눈빛 속으로 찬비는 내리네


새끼의 울음소리는 저승까지 들릴 테지

동굴 밖에서 서성대는 발걸음들  누구요물음에  없이 돌아서는

한기에 몸을 떠는 새벽이 오네


아직 명명되지 않은 어떤 감정에 도달하는 어린아이처럼 

미혹에 빠진 표정들로 극락의 황홀경을 노래하던 영혼은 그러나

세상 가득한 악취에 시달리네


낮은 기압골이 지붕을 누르고 있네

반지하 방에 드는 빗발은 어둠 속에 성성하고 야산의 짐승은 

허기에 지쳐 올무에 목을 거네


그림자를 따라 뛰어가는 생의 자정에 나는 

식은 행성 같은 얼굴로 꿈의 가지마다  번씩 매달려서 

삭에서 그믐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네


둥글게 말린 몸들의 따뜻한 잠을 떠도는 환상여행

부드러운 운율에 실린 만트라처럼 아침안개가 밀려 오네





[이 게시물은 시세상운영자님에 의해 2017-11-30 10:42:31 시로 여는 세상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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