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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형식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96회 작성일 18-06-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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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체육시간 내내, 운동장 모퉁이에 우리 그림자는 분필마냥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 교실 한구석에 소화기처럼 괜히 나만 붉어져서 말야


손의 속살이 서로 포개어지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만 가능하다던 나의 어설픈 신념과 그냥 손만 잡는 뿐이라던, 어딘가 흐릿하게 떨리던 너의 음색, 우리들의 비브라토 사이에 계시던 선생님 눈에 너와 그저 개의 작은 비석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애써 던지면 줄곧 빗나가고 마는


왜이리도 싫었을까, 작은 얼굴엔 유독 커서 맹하게만 보이던 무테 안경과 짧은 반바지 밑으로 뻗어나온 국기계양대 같은, 창백하고 다리가 


끝내 선생님은 며칠 여린 목밑에 둘러오시던 감빛 마후라를 끌러 내리시더니, 멍든 허공만이 가득 우리 사이에 쥐어 주시며 이러면 너희 둘이 결혼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나는 너랑 결혼하지 않을 텐데, 정말 그럴 텐데 크게 아니라고만 외치고 싶었을까


손금마저 구겨지도록 세게 마후라를 움켜쥐고 우린 출발선에 들어선 것인데, 이겨버리고만 싶었는데, 정말 이겨버리고 싶었는데 트랙을 반쯤 달려서 였을, 맥없이 처지는 너의 얕은 호흡과 안경알 너머 비뚤어진 초점이 걸려서 계속 발목에 걸려서, 멍하니 서서 결승선을 향해 내딛는 그림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밖에 없었던 거야


시간이 마비된 것처럼, 우리가 꼴찌라는 사실은 무뎠는데 손의 감촉은 생생했어 정말 생생했는데 마후라, 젠장 마후라는 어디로 날았는지 종일 운동장을 뒤적여도 보이지 않았어 어찌나 꼭꼭 숨었던지 머리칼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던 거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06-17 17:49:01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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