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불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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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18-08-13 18:11본문
날아라 불새야
연일
거실 티브이는 백십일 년만을 을러댄다
티베트 사자가 토한 붉은 노래의 첫마디를 물고 날아온 불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찐득하게 머무른다
베란다 창틀에 서서
손바닥 차양 아래로 내달리는 설산을 내려다본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물이 가슴을 저미고
동행하던 그 많던 횃불조차 숨죽여
카르마의 덧에 갇힌다
오도 가도 못한 시간의 화살은 꺾인 채
치밀어 오르는 계절풍이 묵묵히 목구멍을 메운다
연일
거실 에어컨이 헛바람을 불러낸다
그님의 계시를 찍어 바른 입술이
거짓이다
분연히 외치려 할 때마다 목구멍에서
울컥 거미줄이 솟구친다
창 넘어 가로수 나무가지마다
불새 떼가 길 잃은 바람의 주검을 씹으며
검은 허상을 뒤집어 쓴 수도자인 양
비릿한 피비린내를 움켜지고 둥지를 틀어 내려앉는다
건디다 못해 뛰쳐 나간, 문밖에
불새가 쪼아 내어 한나절 쌓인 태양의 사금파리가
두 눈을 가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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