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서 뽑아 내린 빗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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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32회 작성일 18-08-30 06:43본문
구름에서 뽑아 내린 빗줄기
석촌 정금용
그 해에는
오디가 새까맣게
뽕나무도 하늘 가릴 듯 해
누에고치가 구름처럼 쌓여 비도 많았다
명주실 공장 실꾸리에서 풀려나는 실낱같이
헝클어지지 않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대바늘에 꿰고 꿰어
붉은 불덩이를 주체할 길 없이 쏟아낸 산봉우리
해진 구멍을 누비고 누벼
초록 잎 뿌리로 동여
호수 안에 사슴을 길러 뜨지 않은 달도 불러
의지하라 일렀었는데
그제부터
빗줄기가 연두 갓 지난 풋사과를 호되게 후려
붉어지는 볼이 아파 손도 대지 못 한다
얼마나 세게 후렸으면 제 몸이 휘어졌을까
새벽까지 빗줄기는 휘어져 헝클어져
땅을 치고 튀어 올라
와글거리는 빗방울들
종말에나 들을 법한 굉음 끝에 수문이 열려
물보라가 무지개를 내뿜고 물안개는
눈을 가려
하늘과 땅이
닿을 듯 벙벙해졌다
어지간히 흐르거든
사슴 입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사람도
풋사과도 들이키는
정이 스미는 마중물로 우러나게
말끔하게 가라앉히려 마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암회색 밀가루, 먹구름에서 뽑아낸 면발이 참 고약도 하구려.
발그레해지는 풋사과의 뺨을 후리고....
오라고 할 때는 오지 않고, 가라할 때는 쉬 가지 않는 몽니!
천방지축 그 넘이 이젠 좀 멀어지려나?
추래불사추, 첫 낙엽을 기다립니다. ㅎㅎ *^^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타 하시나요 , 가늘고 가느다랗게
발그레해지게요 ㅎ ㅎ
동래불사동 , 초설마저 그리워집니다 ^^ &&
고맙습니다
석촌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붉어지는 볼이 아파 손도 못대게 하는 빗줄기
지금 온 땅을 마음을 훒고 지나갑니다
어지간히 흐르기를...
비의 속내를 읽게 하는 시
즐감했습니다
합죽선의 깊은 향기
축하드립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합죽선을 흔드시며 사색 중이시나요 ㅎㅎ
드믄 드믄 오시기에
비에 젖어
반가워도 초막에서 맞습니다 ^^
국향은 아직 먼 듯 하니
필향으로 그윽하소서
고맙습니다
석촌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의 세계!
물이 험난하게 흐르는 길을 요약하신듯 합니다.
구름이 뽑아낸 마술, 인간의 힘으로는 흉내도 못내는
자연의 오묘한 순리 앞에 우리는 순응하고 있습니다
오늘 시가 그런 맥락을 함께 하신듯 하여 너무 좋습니다
많은 건필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순수의 반역이랄까요
정갈했던 천수가 탁수가 되기까지는요
그러나
가라앉히면 생명에 원천이 되는 것도 >>> 또한 순리겠지요 ~~
고맙습니다
석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