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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9회 작성일 18-10-11 00:06

본문

바다가 보이는 곳 그것도 영겁이 아슬아슬 걸린 기슭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우체국 하나 있었습니다


마당에 내려서는 히야신스처럼 

말끔하니 씻어 낸 정면  

작은 문 하나 빼꼼히 열려 

어둔 속이 조금 보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가다 동백꽃잎 모가지째 떨어져 

바람에 불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곤 하였습니다


어른어른거리다가 황홀하다는 듯 

거기에서 빠알간 자쥐가 멎곤 하였습니다


늘 그냥 지나치다 어느 날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편지 부칠 그 누구도 없었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팽팽한 햇빛이 외줄타기하고 있는 빈 방 하나 있더군요


편지는 아니고 

내 손 안에 타들어 가는 붓꽃 한 송이 쥐어 있더군요


문드러진 꽃잎이 

향기만 독하게 내뿜고 있더군요


아른아른 시취屍臭를 하얀 종이 삼아  

나는 거기서 편지를 썼습니다 

동백꽃 시즙屍汁 담뿍 묻혀 

빨강 글자도 쓰고 보랏빛 방점도 찍고 

여백은 바다를 그대로 부었답니다


나는 쓰다 만 편지를 거기 두고 나왔지만 

내 편지는 그곳에서 황홀 속에 

스스로를 계속 써나가고 있습니다


그대는 아실까요


스스로를 지우는 황홀 속에서 

계속 쓰여지고 있을 편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15 13:12:52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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