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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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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9회 작성일 18-10-12 00:17

본문

1.

치자꽃 피어오르는 날

나도 흉통胸痛을 갖게 되었다


치자꽃 피어오르는 날

치자꽃 치자꽃하고 불러주다가 나도 지난날 그 어디선가 시들어 빠진 폐, 가슴이 뻐근하여 그대로 바람 맞으며 너를 찾아갔던 날 있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탱탱한 빗줄기가 그리던 사각형의 도시 너를 찾아갔었다 너의 가슴에 내 병을 옮겨주러 그러면 너는 울면서 내 폐 속 고인 고름을 핥아 주었다 바람 끝에 낯선 얼굴의 담장과 포도나무잎 쪼으는 날 선 표정 그 반짝반짝 빛나던 젖은 눈빛이 포도나무 그늘과 겹쳤다 날개 접은 귀뚜라미도 조용하였다 마주 비비는 날개는 젖은 침묵만을 냈다 너는 토움土音 섞인 황톳빛 쉰 목소리로 내게 마주섰다 그 어느 지점에선가 우리는 저 어둔 하늘을 걷어 낼 태양이 있음을 거부하게 되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너의 눈빛이 잉태하였던 격한 통증의 파도를 거스르며 폐렴肺炎 번진 나의 폐속에 촉루髑髏 눕히듯 너를 파묻었다 시간의 파편처럼 조각조각 쪼개진 너 육신은 부활한다지만 까맣게 소진해 버린 나의 거울


2. 

뜨겁게 달구어진 폐렴肺炎은 파초잎이나 토란꽃처럼 청아했다 또르르 굴러 가는 핏방울에 꽃가루가 비친다 수많은 꽃가루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모든 꽃가루들이 병들어 있었다 모든 꽃가루들이 잘린 발로 나를 짓이겼다 꽃이 피어 오르는 그 순간부터 소멸로 질주하고 있음을 내 굳어 버린 혀가 찐득찐득한 피로 노래해 낼 수 있을까 잡아놓을 수 없는 노래가 가난한 집에 산다 내 심장은 너무 약하다 난자亂刺당한 황홀같은 꽃잎이 잠시 지상에 내려와 풍화작용처럼 나를 돌려놓으며 책망한다 가슴 깊숙이로부터 목으로 끒어오르는 나의 불면 군데군데 놓여진 촉루囑累마다 이름 모를 꽃이 핀다 버려진 내 삶의 예리한 협곡마다 그렇게 꽃이 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18 11:28:5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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