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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山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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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18-10-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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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山島에 내리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너도

가지 휠 정도로 한껏 터져 나온 섬벚꽃도 아니었다


바다빛깔

내 전생으로부터 온 그 빛깔 

아련한 그리움이 닿을 수 없는 저 멀리로부터 말을 걸어 오는

그 이해할 수 없는 표정

閑山島는 그 빛깔 한가운데 귀가 멍멍할 정도로 소란스런 빛깔 한가운데 

뿌리 내리고 있었다


뻘밭 익어 가는 소금바위 하얗게 녹슨 따개비 울컥울컥 뱉어 내는 비린 물  

閑山島에 내리고서야 알았다

千年을 너는 처음부터 섬이었다는 것을

바위가 내뿜는 숨이요 

봄마다 섬을 덮는 紫雲英이 목숨 다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조용히 왔다가 씻은 듯이 물러 가지만 

늘 거기 있었다는 것을


섬은 바다를 향하여 길을 밀어내고

곁을 내어주지 않는 섬을 향해 벚나무떼 일어섰다

섬을 빙 둘러 이어지는 길은 누군가의 생명처럼 좁다 

한 발자국 벗어나면 저 연록빛 바다로 뛰어들라고 말하며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몸 떨리는 황홀을 향해 

벗어나려고 벗어나려고 애쓰다가 결국은 처음부터 거기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閑山島 오솔길이 내게 가르쳐준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까 섬을 거대하게 지나가고 있는 섬벚꽃들 하얀 빛깔이 

나보다 먼저 나아가고 있는 거기

나도 섬벚꽃도 閑山島도 침묵한다


동백나무 내게 속삭인다 

너는 이 섬으로 불을 지르러 왔냐고

 

내게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 

왜 내가 너를 보아야만 하느냐 

외쳐 보지만 나는 이미 내 속에 불을 질러 

다 타고 남은 재가 아니냐고 하늘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갈매기가 

지나가며 한 마디 

이 견딜 수 없이 근질근질한 가슴 속 

그 무엇을 빼내 버려야 나는 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나는 千年을 걸어 왔고 다리가 붉은 산꽃투성이다 

閑山島를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 저 파도가 

날 세운 꽃처럼 내 網膜을 찔러 온다 


閑山島가 활활 불바다다 

봄이 미처 다 덮지 못한

섬을 뒤덮은 섬벚꽃 타들어 가고

묵정밭에 만발한 紫雲英 타들어 가고

길도 타 들어가고 파란 바다 갈라 놓는 예리한 파도도 타 들어간다

가장 환하고 가장 검고 가장 목놓아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閑山島를 찾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다 

閑山島는 언제나 위태롭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8-10-18 11:42:0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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