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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의 패러독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91회 작성일 18-12-30 17:29

본문

궁사의 패러독스


 


놀란 뱀이 발까지 꺼내 신고 부리나케 달아난다

그 와중에 갈지자로, 두리번거리는 대가리의 속력을

전속력으로 바꿔주는 꼬리에는

그닥 길지도 않은데 짓밟혔던 기억

몸통인 줄 알았는데 잘릴 뻔한 기록, 쓸모없을 것 같은 쓸모가 남아 있다


춤추듯 좌우로 스텝을 밟으며 날아가는 화살도 마찬가지

흔들리는 무게의 중심을 바로잡는 건

가볍디가벼운 깃털

깃털에 불과한 깃털

허공으로 꽉 찬 허공을 아무것도 아닌 게 똑바로 가른다


빠른 건 다 쏜살같지만

화살이 쏜살처럼 날아간다, 는 비문이다


화살은 일찌감치 명중한 눈자리에

오롯이 깃털의 속도로 구불구불 날아간다

한눈은 다 팔고 끝까지 팔지 않은 한 눈으로

한참이나 늦게 과녁을 곱씹는다, 그 순간

꽁무니에 매단 깃털의 떨림이 화살의 속도


뿌리내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방패를 꿰뚫은 속도는 속도를 잴 수 없다

풀숲 사이로 대가리를 숨긴 뱀이 꼬리를 마저 잡아당기듯

기어이 사라지는 중이므로, 겨냥한 심장이 따로 있다는 얘기


노린 건 꿩이고 맞춘 건 빗인데

꿩을 놓친 찔레나무 가지가 바르르 떤다

화살이 떨어진 궁사가 뱀을 주워 시위에 건다

피 냄새를 맡고 발기한 뱀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궁사의 눈이

꼬리를 치켜뜨고 깃털을 휘날리며 꿩꿩 날아간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03 16:10:14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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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달팽이걸음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달팽이걸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쓸모 없을 것 같은 쓸모가 남아 있다
이무것도 아닌 게 똑바로 가른다
화살이 쏜살처럼 날아간다,는 비문이다

궁사의 패러독스

깊은 사유와 통찰에 경의를 표합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 넘 좋네요.
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화살이 미꾸라지처럼 날아 간다는 건만 알아요.
좋은 시 감상하니 기분이 좋네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들려주세요^^*
오랜만 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무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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