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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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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19-01-12 08:47

본문

      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박종영 고무신 발자국이 묻힐 만큼 가늘게 나부끼며 올겨울 처음으로 내리는 눈발,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앞서간 아들놈의 발자국 신발 치수가 작년보다 더 자랐네. 시린 손 호호 불며 저녁밥 지으려 찬물에 보리쌀 씻는 가여운 아내의 연둣빛 얼굴에 흩날리는 포실한 눈발 어쩜 저리 하얀 것들이 고실고실한 쌀이었으면, 순례자이듯, 답청하듯 가만가만 눈꽃 그 미량의 무거움을 발걸음은 알기나 할까 눈이 내리니 눈앞이 흐려지고, 모진 세월이 훔쳐 간 가난한 반쪽의 가슴에는 하얀 눈이 사각사각 녹아내려 메마른 눈가를 적시며 함께 울어주는데, 유독 빠르게 깊어 가는 겨울밤, 썰렁한 아랫목에 묻어둔 한 그릇 보리밥을 따스하게 지키며 기다리는 첫눈 같은 하얀 아내의 마음, 소소한 그 시절이 눈물처럼 그리워지는 그 날의 오늘.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1-17 19:16:45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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