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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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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5회 작성일 19-02-02 11:33

본문

산책




골목을 갸웃대는 햇살을 마신다 

길 위에서 퍼올린 마음이 스미는 시간

찍힌 발자국이 선명하다


오래 굽은 쪽으로 머무는 나무와

물결이 붓질한 천변을 설렁이는 하루

일용할 양식이 책장에 꽂힌 책처럼 펼쳐진다

약속 없는 걸음 사이로

뒤따르는 도시의 표정들이 빠져나간다


왜 날개는 바람을 지나야 마주칠 수 있는지

사계절이 조간을 찍어내듯 성급히 스쳐가면

어둠도 그만큼 앞다퉈 피고 졌다


어딘가에 함께 기대어 있지만

어디에도 닿지 않아 아득한 숲은

올무에 걸려 썩어가는 다리를 자르고도

새끼 곰을 키워내는 어미 곰이 여백을 채운다

굴 밖으로 나가 세상을 관망하는 눈망울이

제 몸 모두 내어준 잎새를 자라게 하고

새끼가 허공에서 흔들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숲을 벗어난 시선이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계절로 들어선다

기다리던 그림자와 산책의 끝으로 걸어간다


느리게 흐르는 것들은 낯을 잘 가리지 않는다

겨울을 넘는 산등성에

꿈인 듯 생시인 듯 긴 동면에서 깨어난

해 밝은 백야가 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2-10 14:39:38 창작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주간의 피로가 詩 '산책'으로 말끔히 해소됐습니다.
강 시인님의 보폭에 맞추어 또박또박 걸었더니
어느새 심심산천 입니다.
힐링 만땅하고 설 밑으로 돌아가렵니다.
올 설에 온 가족 다복하시길 빌어드립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최시인님이 보폭을 맞춰주셔서
한주간의 피로가 싸악 풀리는 기분입니다
심산유곡에 들어간 듯 정갈한 사랑가 한편을
읽고 왔더니 더욱 맑아지는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설 되십시오~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맑은 백야가 시인님과 눈이 마주쳐
좀처럼 떠나질 않는 모습이 압권 입니다.
오래 굽은 쪽으로 뻗은 가지에
지난 사연이 무얼까요

말 못할 세상의 풍경을 피한 것은 아닌지,
깊숙한 내용에 높은 찬사를 보냅니다
설 명절 즐겁게 지내시기를 빕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못할 세상을 피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시인님처럼 바람에 잘 흔들리는 법을 알려주는
나무들의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지요
느리게 걷다보면 못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씩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즐거운 설 되시기 바랍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네 산책로에  너무 익숙했다가 
라라리베시인님께서  개척하신  산뜻한 새 산책로에  반색합니다ㅎㅎ

공백을 필향으로 벼리신  붓끝이  향긋합니다^^
고맙습니다
석촌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산책로는 어디나 좋지요
홀가분하게 걷다 둘러보다 생각하다
멍하니 하늘도 바라보다 강물과 같이 흘러도 보다
앞만 보고 내달리다 한번씩 갖는 이런 시간들이
어쩜 삶의 중심을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설명절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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