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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 핑크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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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마을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99회 작성일 15-07-08 11:29

본문

오늘은.....! / 핑크샤워

 


오늘은 일찍 엄마집에 가야겠다.

하얀 국화꽃 잎으로 밥을 짓고
묘비 아래 피어난 산나물로
맛난 국이 끓는 동안에
입관할 때 입힌 비단옷 벗기고
편안한 옷으로 입혀드린 후
묘 아래 펼쳐진 너른 벌판에서
엄마와 함께 뒹굴며 놀아야겠다.

엄마를 너무 쉽게 보내드린 탓에
죄인마냥 일에만 몰두하였고
일이 일찍 끝난 날에도
방구들 위에 뒹구는 것조차
내 몸은 엄마에게 죄송스러워
먼발치에서 집을 바라보면서
어서 어둠이 깔리길 기다렸다
마음에 상처라도 입은 날에는
그 상처 엄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가슴을 술과 어둠으로 색칠했다.

오늘은 일찍 엄마에게로 향하며
그늘 만들어 준 플라타너스에게
멋쩍게 고맙다는 눈인사도 하고
언제나 한가하신 꽃집 할배에게
첨 보는 사람처럼 인사해야겠다.
엄마 손끝에서 음식이 간이 들듯
어둠이 산속에 골고루 베어들면
가져 간 촛대에 환하게 불붙이고
엄마 좋아하시던 18번 노랫가락에,

젓가락 장단을 실어서
멋들어지게 노래도 불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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