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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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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97회 작성일 19-03-06 10:32

본문

종로에 가면


아무르박


종로에 가면 YMCA 앞에 나를 세워두고 싶다
오지 않는 약속 시각을 기다리며 내 젊은 날을 세워두고 싶다
할 일 없이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덕수궁으로 청계천 헌책방으로
길도 아닌 길을 참 많이도 헤맸구나
사랑이 뭔지도 모르던 내가
그리운 사람이었을 리 만무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야말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음을
그래서 탐미하고 싶은 것도 하나쯤 있으려 마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이것이 방황이어도 좋았다


종로에 가면 그리운 이가 기다릴 것만 같다
첫사랑이어도 좋다
이별 후에 남는 것은 지독한 고독이다
그 하나의 이유로
나는 인사동 어느 선 술집에서 술을 마시겠다
늙는다는 것은 옛것의 향수에 취하는 일
주억거리던 버릇은 또 다른 사람을 탐미하겠지만
스스로 져야 할 때를 아는 계절이 다시 온다 해도
좌절이란 말과 절망이란 말은 되새기고 싶지 않다



종로에 가면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계절 후에 봄은 다시 강물을 풀었는데
그리운 이들은 먼저 떠나가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 강물이 흐른다
다리를 놓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안부는 묻지 않겠다
만남을 그리움으로 남겨두지 않았다면
살아도 죽은 날들의 일기장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3-13 11:31:0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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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맛이깊으면멋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이깊으면멋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갓 입학하여, 종로나 명동을 나가는 버스를 타면, 누군가를 만나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에 다소 흥분되던 때가 있었지요.
소득없이 돌아와도 말씀대로 나름 방황이라 느끼며 뿌듯해 했던 신입생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이제는 낙동파냐 낙서파냐로 불리는 시대로 서서히 편입되어 가고 있지만서도.

그립네요, 종로서적, 양우당 그 뒷골목의 경양식 집들, 알바비 받으면 기분 좋아서 칼질 한 번 해보던 시절.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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