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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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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5회 작성일 19-04-0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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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영월 가는 길가 낡은 식당

벽에 기대어 졸고 있는 어항에 눈길이 멎는다

화석이 된 듯 유리 벽 너머 나의 눈을 응시하다가

할 말이 있으나 살아서는 전할 길이 없음을 안듯

되가웃 넘는 물속에서 꼬리를 비틀며

유리 벽에 머리를 찧다 포기하는 물고기의 눈빛에서

투명한 절망과 혼불을 기다리는 체념을 읽는다

까만 슬픔에 절어 불어터진 눈동자에는

휘감는 물살에 운명의 물길이 끊어진 단종의 애환이

유리에 머리를 으깨며 자학하는 몸짓에는

운명의 물살을 거슬러 하늘을 거부하고 싶은

사도세자의 몸부림이 똬리를 틀고 있다

두 넋의 통곡이 넘치는 어항 속에서는

세상이 눈물이기에 몸부림치는 눈물 없이는

단 하루라도 숨을 쉴 수가 없는

물고기의 혼불이 허공으로 빠져나가

먼 길 동반하는 노복이 된다면

용주사와 청령포를 오가는 솔바람 소리 청아할까

빠져나간 슬픔과 몸부림의 부피만큼

어항에 고인 눈물의 수위는 내려가고

여정을 밝히는 가로등의 조도는 올라갈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0 16:22:5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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