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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어 놓은 비닐 속의 저 엷고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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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4회 작성일 19-04-05 16:40

본문

묶어 놓은 비닐 속의 저 엷고 하얀,

밤을 새워 술을 마시고,

여관 달방 찾아 아침 달처럼​

등을 휘고 희미해져 걷는 시장 골목​

하나, 둘, 백, 천, 만

궤도를 돌던 별이 사라진 시공간은

다시 팽팽해지는 것이 아니라,

커피 리어카에서 산 유자차를

머위 나물 한 소쿠리 값으로 한 턱 쏘는,

남은 햇빛을 도래도래 나누는

늙은 해의 이마가 되는 것일까

무딘 칼에 나눠지는 유자 조각들처럼

흰 씨알 박인 웃음들이 즙을 튀기고

겨울초나, 노지 시금치, 취나물

돌 미나리를 아직 풀어 헤치지 않은

묶인 비닐 자루 속에 자욱한

저 엷고 하얀,


교대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난방도 하지 않은 호프집 창에 부딪혀 액화 되던,

달팽이관이 얼얼해지던 함성 소리,

출구 없는 부딪힘들이 창밖의 어둠을 지우고

손가락 끝으로 이름을 쓰면 찢어지는 난막을 치고

부화에 필요한 온기를 가두는 것이다.


캐어진, 이미 캐어진

절단된 뿌리를 공갈 젓꼭지처럼 물고 소멸의 젓을 빠는,

시들고 짓무르기 전에

뭐라도 되야하는

이미 진이파리가 턱을 괸 손바닥처럼

한 포기 생을 받치는데도

눈치도 없이,

어린 *왜갓은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이다


나는 누가 될 것인가?

끓는 솥에 뛰어들것인가

찬물을 뒤집어 쓰고 채반 위에 누울 것인가

붉은 화장을 하고 손님을 받을 것인가

성에 낀 창에 헝클어진 머리를 쳐박고,

달리는 기차에서 잠든 사람들,

한 줌은 벌교역에서

또 한 줌은 보성역에서

마지막 떨이는 해남역에서

내리는 역은 달라도

달리는 노선은 같은 사람들,

결국은 아무나 되려고

질끈 눈을 감아버리듯,

검은 비닐 봉지에 한 줌 인정처럼

희망까지 덤으로 담기는 사람,


묶어놓은 비닐을 열면

젖은 흙먼지만 내려놓고 사라지는

저 엷고 하얀,



*왜갓-유채의 다른 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0 16:41:0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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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jinkoo님의 댓글

profile_image jinko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많이 젊었을 적에  광양제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시던 아주머니 몇 분이 벌교에 사셨는데
매일 비닐봉지에 간식거리를 담아 오셔서, 정작 사 먹는 점심 도시락은 제쳐두고
맛나게 먹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항상 싣딤나무님의 좋은 시에 감명 받고 있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기..진구 선생님!  댓글 달아서 답 없음 엄청 기분 별론데
제가 너무 바빠서 컴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좋은 시라 하시리 쪽팔립니다.

이전에 유명한 문인이나 철학자들이 대부분 할일 없는 귀족이나
상류층 부유층이였다는 사실에 핑계를 돌립니다.
시간에 쫓기고 막노동으로 파 김치가 된 육체에서
무슨 짙고 향기로운 것이 나오겠습니까?
걍 꼭 짜지 않은 탄약을 버릴려면 좀 아까운 기분으로
짜내 보는겁니다.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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