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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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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8회 작성일 19-04-1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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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바스


         문정완


검은 눈발이 떨어진다

지상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꽃의 말이 있다 달싹이는 입술, 오래 결빙된 음계들이 지나간다

사선을 긋는 빗소리, 귀를 잃어버린 빗방울, 그 안 묻어 있는 얼룩의 말, 처음부터 젖어 있었던 발자국,

어떤 망루는 서 있으면 슬프다

복도에서 우리는 도착하지 않는 말들과 씨름하는 동안 꽃의 왼쪽에선 불안한 증오를 떠 올렸다 검은 노래에 핀 검버섯들, 증오를 사랑해요 증오는 흰색일 때보다 붉은 색일 때가 아름다워요 우리의 흰 목소리는 자주 죽었다 골목에서 그림자는 두꺼워져 갔다 풍경을 그려 넣는 동안 몇 번의 풍경이 물크러지고 다시 그려 넣으진 풍경에 대해선 자꾸 의심이 들었다 새라고 부르면 멀리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한 발을 들어 올리면 솟구치는 허공들

기차가 지나간다 하얀 숨을 분다 엎질러지는 기분들 그리고 꽃병에 꽂혀 있는 혀의 뿌리들 거울을 깨뜨리면 수거할 얼굴들이 쏟아진다 양치질을 하는 저녁에선 패선 냄새가 났다 깨진 화분은 돌의 문제가  아니라 화분의 문제였다 트랙을 빠져나가기까지 많은 비가 내리고 손아귀에서 반짝거리는 것들이 빠져나갔다


검은 입술을 들고 캄캄한 우주를 문질러 주는  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4-14 20:38:5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떤 시인의 냄새가
가득 하네요
3윌쯤 이면 오신다 했던
크레바스에 빠져봅니다
까마득한 별빛을 들어올리는
밤 같아 넘 좋습니다
문정완 시인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도 오랫만에 시마을에 오니 낯선 이름들이 참 많습니다
3월달에 오시기로 했다는 그 시인님이 참 궁금합니다 마을은 참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좋은
시인님들을 세상 바깥으로 많이 배출한 곳입니다 오래 머물면서 좋은 시 많이 습작하시고
또 좋은 시인님되세요 부엌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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