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춘이야, 페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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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8회 작성일 19-04-14 00:10본문
폐춘이야, 페츄니아
아무르박
감기 기운이었을까,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시간을 알 수 없는 까만 밤이다
밤이 그럼 까맣지 하얀 밤도 있어
표독스러운 아내의 말이 어둠 속에서 툭 튀어 나올 법도 하다
사각의 링 위에 선수도 관중도 없고 정적이 흐른다
몸을 뒤척이다 돌아눕는데 이런 원수
모로 누운 내 등 뒤로 아내가 붙어 자고 있었다
식구들 저녁은 챙겼을까
아내와 나는 갱엿이다
선풍기를 발아래 켜 두어야 잠을 잔다
우울하다
갑자기 화가 치밀면 분노조절 장애가 온다
작은 것에도 짜증이 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이 책을 썼을 때도 갱엿이었을까
부부는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선풍기를 함께 쓰는 동업자
함께 장을 보고
내가 만든 음식이 최고라고 말하면 서로 믿어주는 사기꾼
그런데 어쩌나
하나도 아니고 둘이 망하면 가문이 거덜 날 텐데
우리는 어느 몰락한 왕조의 후예였을까
늦은 저녁을 국수로 때우고 다시 사각의 링
여전히 등을 맞대고 누워 휴대전화기를 탐색 중이다
창문을 열면 봄바람이 침묵의 방을 환기 시킬텐데
몸은 온기를 원하고
불떵이 같은 발은 선풍기를 찾는다
이 꽃이 폐춘이야
무슨 뚱딴지 같은 고백인가
아내의 휴대전화기에
길거리에서 보던 흔하디 흔한 꽃
페츄니아 꽃 한 송이가 화면 가득 피었다
사람들은 왜, 꽃의 이름을 어렵게 짓지
흔한 꽃
지천에 널린 꽃
화단에 핀 꽃
벌이 찾지 않는 꽃
출근길에 보던 꽃
아내의 고백이 꽃말이다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댓글목록
쿠쿠달달님의 댓글
쿠쿠달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도 주인 없는 방에서 놀다 가실분
페츄니아 꽃말 너무 이쁘네요. 편안한 당신
부부가 같이 붙어자는 사람은 행복하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