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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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53회 작성일 19-05-04 00:45본문
녹
툭 툭 갈라지고 있다 곳곳이
시간을 시간이 부수어 몸 부풀린다
미립자 스미는 치열한 틈, 하나는 빠져나가고
소멸을 열고 움 틔우는 또 하나
가끔 흐느끼기도 하고
핑계처럼 울 줄도 안다는데
바수어지는 모든 것들
지상을 배회하는 항변은 저녁놀에 뒹굴다
숨죽이고 오고가는 그 흔적 붉고 붉다
더는 안으로 다독일 수 없어 놓아주고 있는 밀도
내어줄 게 아직 남아 멍처럼 퍼져나가는
천오백삼십팔도의 체온
불로 태어난 단단함
뱉어낼 말 얼마나 곰삭였으면
저리도 속울음 검붉게 토하는가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
용광로 속 뜨거운 자궁
맞바람 치받으며 냉랭히 걸어온 시간
바람을 마셔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중
단단함만큼 부드러웠던 적 없었다
지상을 떠받친 모든 쇳물들 둥둥둥,
곳곳의 검붉은 합류를 기억한다
듣는가
들리는가
단단함을 스스로 투둑투두둑 허무는, 저 소리
불같이 뜨거운 함성, 소리 없다
풍화에 깎인 몸비듬
먼지로 지상에 눕지 않고 다시 태동하고 있는 것
녹슬고 있는 태양을 저장시키며
다시 용광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지금의 당신(*)
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에 어디 한번 녹을 세우고 살지 않도록 노력해도
슬어버리는 녹
태양을 잉태하는 저 녹일 때
녹의 위대함이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시인님
즐거운 하루 되셔요
건강유념하시구요
여름입니다
파랑새 시인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녹슬지 않는 인생은 없겠죠
때로 녹은 연륜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꽃가루가 녹처럼 앉는 계절입니다
비염이 도집니다~
감사합니다 붴방시인님^^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면
우리가 될수는 없는 걸까요?
용광로를 걸어가는 지금의 당신이 어쩌면 나의 귀퉁이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편안하세요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는 우리로 만나겠죠
이미 우리이므로~
맨틀로 걸어들어가는 중이니까
나의 귀퉁이에서 아파하는 그 분이 하늘시인님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작손님의 댓글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멸로 가는듯 가지 않고 소리없이 뜨거운 순환의 고리를 찾아가는 시도,
울부짖음들이 붉게 용해되는 용광로였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잘...
파랑새님의 댓글의 댓글
파랑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의 쇠붙이에게 인내를 배웁니다
흉칙함도 있지만
대장간 한켠에서
먼지에 덮여 한 생을 마치는 녹도 있음을 상기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작손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