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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의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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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0회 작성일 19-05-10 15:47

본문

정을 되새김질하듯

웃자란 허기를 씹어대는 제초기 소리는

잠든 자의 귀에도 들릴 것이다

산 살을 파먹듯

풀숲을 파고들어

쑥대의 허리를 베고 풀의 목을 딴다

산 자를 위하여

뜯어 먹힌 몸에서 풍기는 풀 냄새

푸른 향기를 마신

나는 비릿한 피의 흐름에 어지럽다

 

피가 흐른다는 것은

피를 주다가 몸마저 허물어 준다는 것

다 주어도 다시 주고 싶다는 것

안으로 허물어지며

밖으로 내미는 풀잎에서 풍기는

저 푸른 체취는

잠든 자와 산 자를 잇는 피의 여진, 아버지의 방식

푸른 시간 밟고 오는 산 그림자

아버지를 맞이하는 기척에

생생한 듯 몽롱한 체취에서 깨어나

정을 떠나보내듯 뿌리는 술 한 잔은

아버지를 보내는 산 자의 유일한 형식

 

엇갈리는 시간의 갈림길

아버지는 향기 너머로 소리 없이 건너가고

나는 뉜 풀을 밟으며 터벅터벅 건너온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13 12:07:4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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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초기는 산자와 망자를 교신케 해주는 메신저,
벌써 벌초를 하셨나요.

풀 베면 죽음의 냄새로 다가오는 풀의 향기... 비릿하고 달큰한
냄새가 세상 저쪽을 알려 주는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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