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의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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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09회 작성일 19-05-10 15:47본문
정을 되새김질하듯
웃자란 허기를 씹어대는 제초기 소리는
잠든 자의 귀에도 들릴 것이다
산 살을 파먹듯
풀숲을 파고들어
쑥대의 허리를 베고 풀의 목을 딴다
산 자를 위하여
뜯어 먹힌 몸에서 풍기는 풀 냄새
푸른 향기를 마신
나는 비릿한 피의 흐름에 어지럽다
피가 흐른다는 것은
피를 주다가 몸마저 허물어 준다는 것
다 주어도 다시 주고 싶다는 것
안으로 허물어지며
밖으로 내미는 풀잎에서 풍기는
저 푸른 체취는
잠든 자와 산 자를 잇는 피의 여진, 아버지의 방식
푸른 시간 밟고 오는 산 그림자
아버지를 맞이하는 기척에
생생한 듯 몽롱한 체취에서 깨어나
정을 떠나보내듯 뿌리는 술 한 잔은
아버지를 보내는 산 자의 유일한 형식
엇갈리는 시간의 갈림길
아버지는 향기 너머로 소리 없이 건너가고
나는 뉜 풀을 밟으며 터벅터벅 건너온다.
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술 한잔 드시고 평안히 누워 계시겠지요
푸른 체쥐에 젖었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작손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
추영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초기는 산자와 망자를 교신케 해주는 메신저,
벌써 벌초를 하셨나요.
풀 베면 죽음의 냄새로 다가오는 풀의 향기... 비릿하고 달큰한
냄새가 세상 저쪽을 알려 주는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