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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양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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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90회 작성일 19-05-11 11:53

본문

낡은 양말




다섯 가족이 콩깍지 속 완두콩처럼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살고 있는 작은 기와집에
첫눈이 내린다
언제나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보내고
문지방을 넘어 저녁 밥상에 둘러앉는다
자개장롱 위에서 낡은 양말과 돼지 저금통이
눈을 껌벅거리며 논다고 헛소리를 하는
아빠를 보면서 또는 티브이를 보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쁘다
만성인 아내의 허리디스크 통증을 연신 느끼며
밥이 목구멍으로 가는지 발가락으로 가는지
아무튼 아빠는 돼지 저금통과 중얼거리는 중이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밥상머리에서
더이상 불운은 논하지 말지니
어젯밤 세계 뉴스의 곳곳에서 쓰러져가던
불운들을 보라
서로의 익숙한 체온과 도토리묵 같은 대화 속에서
겨울밤 김치처럼 익어가는 것이 가족이라면
이곳이 움막이어도 좋다
세숫대야에 던져진 다섯 켤레의 낡은 양말이
서로의 발냄새를 나누며 세탁기를 돌고 돌아
껌딱지 모양으로  붙어 있는 이 밤에 불행은
차라리 머나먼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린다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가족의 귓가에
저음으로 읊조리는 레너드 코헨의 송가가
흐르고 창문가엔 오랜 나날을 함께한
별빛이 드리운다
이윽고 행복한 잠이 찾아와
나무 연필처럼 나란히 누운 가족의 머리맡에
놓인 낡은 양말 다섯 켤레
같이 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13 12:12:3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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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낡은 양말 다섯켤레 잠자는 모습이 고요하니 예쁩니다

다복한 가족의 밥상에 앉아 한 술 떠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늘시님, 시원시원함이 느껴지는 분입니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워낙 많이 활자화 되어 있어 쓰기가 어려웠는데 부족하나마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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