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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의 아포칼립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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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1회 작성일 19-05-13 16:33

본문

동백의 아포칼립시스(apokalypsis)

 

- 비수

 

 

하늘가에서 허우적거리는 초록물고기 한 마리 수상타싶어 잽싸게 낚아챘다

뾰쪽한 주둥이는 하늘을 향하고 가무잡잡한 꼬리는 땅으로 내리는 너는 바람 부는 날이면 새가 되기도 하고

어쩌다 추락하는 순간 초라한 파리로 무참히 짓밟히고 마는 너의 본색은 과연 무엇이더냐

흡사 당나귀 귀를 닮은 것이 잘잘한 톱니의 지느러밀 달고 무엇을 경계하는 것이냐

찌를 듯한 너의 촘촘한 뼈들은 무슨 영문으로 밖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이냐

온몸에 자르르 흐르는 윤기는 도대체 누구를 향한 유혹이더냐

희끗거리던 할머니 머릿결도 너만 품으면 젊음으로 비치던 너는 

사시사철 바라보기만 해도 생기를 북돋우던 너는

어쩜, 만년 청춘의 신기(神氣)를 품은 묵시(黙示)로구나

평생 푸른 심기의 너는 분명 영원을 갈구하는 족속일 텐데

아, 만물의 영장이라 착각하는 내가 그새

평생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구나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5-14 22:39:0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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