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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초록이 섞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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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13회 작성일 19-06-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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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과 초록이 섞여서



뒤란 영산홍이 소담하게 피었다
빨간 꽃잎 끝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다
정수리부터 아랫도리까지
초록의 넝쿨잎이 챙챙 휘감고 있다
빨강과 초록이 섞인 자리
햇볕이 비스듬히 몸을 비틀면서
슬쩍 내려앉는 자리
광합성의 초록빛 새들이 안면을 트는 자리
물관 체관이 잠시 쉬는 자리
요즘의 내 눈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무는 자리
가만히 숨죽이며 엿듣고 있는 저들의 몸부림
저 빨강과 초록에 끼어들고픈 오지랖 넓은 마음
여섯 수술이 호위하고 있는 암술인가
뭣인가 대신 들앉고 싶어지네
목을 조르고도 모자라 온통 햇살을
막아서는 초록의 손바닥들
등 붉은 고추잠자리 초록의 연잎에 눌러앉아
교배하듯 격렬하게 퍼져가네
아아 빨강과 초록이 섞이는 시간엔
산들바람이라도 되어
저들 속으로 뛰어들고 싶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6-14 09:42: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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