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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채집되지 않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9회 작성일 19-06-20 16:58

본문




 

꽃들이 돌려 읽던 불온서적 한 권을 압수하는 기분으로

취조실 책상 위에 모서리를 접은 페이지를 펼쳐 던진듯,

잠시 퍼득이다 기절한 나비를 기름종이 사이에 넣었다


채집 핀이 깊숙이 파고들어도 하늘과 땅을 뒤바꾸던

우화의 교리 문답은 피도 눈물도 없어,

의식화된 여공들처럼 꽃들도 철책을 올라타고

붉은 꽃잎을 부라자처럼 벗어 던지며

가시 돋친 강령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인지,

한 순간도 누군가의 발밑을 기어본 적이 없어

깜빡 졸다가 돌에 깔려 죽은 노예들이

만사 제쳐놓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몰라

붕대를 칭칭 감고 번데기가 된 파라오들은

영원히 우화되지 못하는 것인지,

가끔 젖은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던 페이지에서

오래 머뭇거리던 떨림들이 날아 간 곳,

비늘 가루 부서져 내리는 탈피각을 벗어던지고

나비가 날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우두커니 바라볼

창문 하나를, 시계 바늘에 가위눌린 시간이 흐르는

벽에 걸어두려는 것이다


잉크 묻은 엄지의 지문을 닦은, 너덜거리다

꼭 그만큼만 찢어진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탄띠를 풀고 누운 체코 의사의 담배 연기 한 모금 같은,

그래도 날려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처음부터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꾸역꾸역 징그럽게도 기어다니다,

마침내 날아오른,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6-24 11:01:0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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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때론 ',' 쉼표 하나가 시를 맛깔나게 하지요.
아슬아슬한 쉼표들이 걸어가고 있군요.
시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은, 서럽습니다.

제 시는 우수창작시에도 끼이지 못합니다.
한달을 고민했는데요.
걍  제가 부족한 것이라 생각하고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우수창작시가 된 다른 시들 찬찬히 읽어보니
저의 부족함이 확실히 보입니다.
되면 뭐하고 아니면 뭐할까마는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것을 칭찬하는 것도 좋은 스승이지만
부족한 것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더 좋은
스승이라 여겨 집니다.
너덜길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너덜길님의 답글이라, 기운을 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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