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온 똥색 소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04회 작성일 19-07-08 13:49본문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오다가 부잣집으로 보이는 대문 앞에 버려져 있던 똥색 소파를 주워왔다 영락없는 똥색이었다 아내는 부끄러워 기겁을 하며 내버려두고 가자 하였으나 나는 막무가내로 차에 실어서는 가져 왔다
요놈의 토실하면서도 푹신한 느낌이
최고다며 나는 앉아 티브이를 보고 책을 읽고
애들 심부름이나 시키면서 하루를 보내었다
똥색 소파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같은 똥구멍이 아닐 테고 그러니 같은 엉덩이는
더욱 아닐 것이고 같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나의 입장에서 보자면 남의 똥 내음 나는
소파에다가 나의 똥 냄새를 섞은 것이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다만,
참으로 평화로워라 세월이여
시(詩)처럼 흐르는 가난한 저녁이여
역사 이래 똥이 부끄러운 시대가 있었던가
아님 반성 없는 삶이 부끄러운 것인가
가족의 똥 냄새 묻은 팬티들이 서로의 살결을
섞어가며 세탁기 안을 돌고 있지 않았던가
나와 남의 똥 내음 섞인 소파에 앉아
잘생긴 시인 백석을 읽는 저녁
똥이 거름이 되고 사색(思索)이 되고 별빛이 되고,
성욕 없이 아름다운 여인을 볼 수 있는 저녁
아름다움을 어떤 사욕도 없이
가질 수 있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7-12 12:00:5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꽃핀그리운섬님의 댓글
꽃핀그리운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작은 것 하나에도 기뻐할 줄 아는 어린 아이의 순수성이 사라진 지금 현 시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신가 하고 님의 시들을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위 댓글의 따사로운 마음이 투시된 글들이더군요.
좋은 마음은 좋은 마음과 잇닿는 법,
힘을 내어 별을 바라보는 저녁입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20년전에
쓰레기 더미에서
주어왔는데 쓸만한
비닐 소파
10년 테이프 붙여가며
쓰다가 무너져 버렸지요
그속에서 두아이가 얼마나
좋아서 뛰어 놀았는지
시 읽다가 눈물 났네요
똥 같아도 담날 다 잊혀 지더라구요
천상병 시인의 느낌 받았네요
그냥지나 칠수 없었어요
이해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삶이란게 뭐 별 거 있나요,
낡은 것이 새 것이 되는 이 맛,
새 것이라도 감흥 없이 보내어 버린다면
낡은 것이 되어 버리니,
이러한 원리를 놓치지 않는 것에
시를 쓰는 자세가 판가름 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