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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치매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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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28회 작성일 19-07-13 13:46

본문




더 이상 손가락이 숟가락을 일으켜 세우지 않는

어느 아침 같은 순간,

요양사는 장의사처럼 달려와 식판을 걷어가지

잇몸을 다 드러낸 웃음이 이를 악물던 시름을

빠져 나와 물컵 속에서 부세꽃처럼 피어 나고

수족관의 물고기가 된 사람들이 입을 열면

서너 문장의 기포들이 피어올라 우루루 터지고

뾰족한 어감으로 따갑던 귓전은 간지럽기만 해

머릿속에 서걱이던 시간들을 모두 비우고

머릿속이 들이치는 햇살로 가득한거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흙은 너무 진지하기만하니까

나무에서 열매 맺은 고민들 다 떨어져서

흙은 너무 심각하니까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먼저 아이로 돌아가서

좀 놀다가는 것 뿐이야

찰지게 응어리지다 굳어버린 마음을

먼저 흙으로 돌려 보내며 부서져 내린 모래로

모래 무덤을 만들고 누워 텅빈 머리를

파도 소리로 채우며 가물가물 잠드는거야

마지막 소원이 따분한 늙은이로 죽는 일이라니,

무릎 꿇고 애원하며 삽을 든 어깨들이 파놓은

흙구덩이를 내려다보며 죽는 일이라니,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아이로 돌아가

잠덫을 하며 엄마 품을 파고 들듯, 가끔은

그렇게 흙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7-15 13:45:4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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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로운 예찬에 가는 시절이 아름답다 할까요
점점 어린아이가 되는 남은 시간들을 청춘이라 할까요
새로운 예찬에 마음이 푸른색으로 변해가요
넘 좋습니다 브라보예요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다 싶어요
약간은 슬프지만 죽음은 두렵지 않은 대상이라 여겨지기도 하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하늘시 선생님! 사실은 부친께서 11년 넘게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습니다.
치매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 병인지 몰라서 이런 걸 시라고 올렸냐고
돌을 던지지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저 또한 가족력을 생각해서 행여 저도? 하는
공포를 늘 가지고 삽니다. 걸리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약 걸린다면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생이 주는 선물인 것을,  좋게 해석하는 것도 극복의 한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본인들은 아이가 되고, 요양 보호사들에게는 평생 직장을 제공하는
좋게 생각하면  좋은 점도 있는 병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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