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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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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11회 작성일 19-07-14 14:47

본문

일을 마치고,

천정 시장 뒷 골목, 허름한 밥집에 들어

누구를 불러볼까

아는 형님도, 동생도, 친구도 마땅챦아

소주와 곱창 전골을,

1인분이 미안해 누구라도 금방 올듯

2인분을 시키고는 끓기를 기다린다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살아 그러한가

맑고 향기롭게, 라고 적힌 연꽃 스티커가

은박 테이프로 모서리를 싸맨

가스버너 밑에서 무좀 걸린 발톰처럼

울퉁불퉁 불어서 지워져 가고 있다


부글부글 끓는 전골 남비에서 튀는 기포가

이미 미역 줄기 볶음을 안주해서

반병이나 마셔버린 술병을 들어 올리는

손등에 튀여, 이제 드셔도 됩니다 한다


누구를 불러도 아무나가 될 것 같은 저녁이다.

차라리 아무나 보다는 아무도와 통할 것 같아

술을 못하면 콜라라도 한 잔 하면 좋을텐데

여호와 증인보다 더한 놈과 한 잔하는,

하다못해 안주라도 좀 쳐먹어 주면 좋을텐데

앉았다하면 카톡질만 하는 아들놈 같은,

당연히 술값 한 번 내지 않는 싸가지와

한 잔 또 한 잔, 지부지쳐하다 술이 올라

참이슬 앞치마를 입고 티브이를 보는

주방 이모에게 술 한잔 건내려다 퇴짜를 맞고

도수가 1도쯤 더해진 술잔을 기울인다


가스버너 발통 밑에 깔린 맑고 향기롭게,

잡채 한가닥을 장삼 옷고름처럼 둘러매고

전골 국물을 뒤집어 쓰고 얼큰하게 붉은

너무 피어서 엉클어진 홍련 한 송이,


홀로 꺽여서 오렌지 쥬스 병에 꽂히고서야

마침내 맑은 물에 담겨보는 저녁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7-15 13:50:2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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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없이 다가와서 눈을 마주쳤을 텐데.. 말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마음먹은 대로 귀인을 만나 비로소 눈을 떠
맑은 2인분= 곱창전골과 진한국물같은 문체.. 이렇게 탄생되나요
가스버너가 벌겋게 이 시를 그리워할것 같은 그런 식당 가본적 있어요
이런 시를 쓰고 싶었던적 있었지만  무리수였는데..
좋습니다 스스럼없이 넘어가는.. 소주를 부어 곱창전골 한숟갈에 안주가 되는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군가의 시를 외롭지 않게 하시는 분이시군요.
만신창이가 되어보면 고독이 마이신 같습니다.

시를 믿고 살았는데
이젠 제 시를 믿을수 없습니다.

그래도 살아지는 것에 더 절망합니다.
고독은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가 제 곁을 떠나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달렸는데
앞이 없는 기분이 듭니다.

제 시를 외롭지 않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그냥 웃움만 나옵니다
실감100프로

아픈것 입니다
하 여기 졔마음
일인분 하나더요
200은 행복을 가져가고 싶네요
깊이가 큽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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