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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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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17회 작성일 19-07-20 12:41

본문




오래된 공책


석촌  정금용




가장자리가 뭉툭하게  헌 

연필로 쓴 잔글씨가 깊이 박혀 빠지지 않는

오래된 글자들이 바래 못 알아볼 뻔한 

공책  


세월을 납작하게 눌러  

침침한 책 갈피 안에 얼기설기 숨어있다 

삐죽이 푸르고 붉게 튀어나와


그림같이 되살아나는  


채근하기 바빠 

늘 지나쳤던 무덤덤한 익은 목소리 

긴가민가 까마득한데

 

주름살 속에 

눈길마저 갇힌 하회탈 웃음 

걷기도 수월치 않은 

결린 허리로 소금기 절은 삼베 적삼 팔 소매 걷어  

땀내 밴 무명 수건 들고 나와


장꽝 옆  햇살이 빠져 일렁거리는 

물동이에 선뜩 한 찬기가 등줄기로 옮겨붙게 

퍼부어주셨던  


나일론 치마꼬리 물범벅 된 어머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등 찡그려 웃고 마셔

나만 더운 줄

소갈머리 없었던 그 여름날이 

 

가지런히  묶여있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7-23 16:04:4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된 책갈피 속에 많은 세월이 지났음이
느껴집니다
공책도 늙어 침침한 눈을 뜨고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형국입니다.
사물도 인생도 낡아가는 지난 세월 속에 희미한 기록들,
필경 무슨 일기장 같은 것일까요?

여름 날 늙으신 어머님 흔적이 반갑게 가슴 뭉클한
순간을 느끼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된 일기일 수도
영원토록 잊히지 않는  가슴팍에  깊게 자리한  모정에  비망록일 수도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잊혀졌던 것들이 문득 손에 잡힐 때
그 속에 숨어있던 흔적들에 가슴이 아릿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 모습은 곳곳에 배여 내몸인 듯 살고있는
진한 향기와도 같겠지요
저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의 길이 만큼
기다랗게 늘어나  잊혀졌다 되살아나는  기억의 길이
그 크나큰  매듭을  차마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USB에 내장된 데이터처럼 스쳐지난 추억의 갈피가 너무 많아요.
저장기능이 약해져서 다행이지 그렇지않으면 머리가 터질겁니다.
그래도 동심의 그 여름, 그 여울목에 발가벗고 미역감던 그 지지배들!
지금도 초딩 모임가면 늘 그얘기가 화두입니다. ㅎ ㅎ ㅎ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석촌 시인님!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  띄어
개발새발 쓰여진  낯 붉혀  읽은 케케묵은 일기가
장마철 벽장 속에 숨어있던 묵은 냄새처럼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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