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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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80회 작성일 19-07-20 12:41본문
오래된 공책
석촌 정금용
가장자리가 뭉툭하게 헌
연필로 쓴 잔글씨가 깊이 박혀 빠지지 않는
오래된 글자들이 바래 못 알아볼 뻔한
공책
세월을 납작하게 눌러
침침한 책 갈피 안에 얼기설기 숨어있다
삐죽이 푸르고 붉게 튀어나와
그림같이 되살아나는
채근하기 바빠
늘 지나쳤던 무덤덤한 익은 목소리
긴가민가 까마득한데
주름살 속에
눈길마저 갇힌 하회탈 웃음
걷기도 수월치 않은
결린 허리로 소금기 절은 삼베 적삼 팔 소매 걷어
땀내 밴 무명 수건 들고 나와
장꽝 옆 햇살이 빠져 일렁거리는
물동이에 선뜩 한 찬기가 등줄기로 옮겨붙게
퍼부어주셨던
나일론 치마꼬리 물범벅 된 어머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콧등 찡그려 웃고 마셔
나만 더운 줄
소갈머리 없었던 그 여름날이
가지런히 묶여있는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된 책갈피 속에 많은 세월이 지났음이
느껴집니다
공책도 늙어 침침한 눈을 뜨고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형국입니다.
사물도 인생도 낡아가는 지난 세월 속에 희미한 기록들,
필경 무슨 일기장 같은 것일까요?
여름 날 늙으신 어머님 흔적이 반갑게 가슴 뭉클한
순간을 느끼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된 일기일 수도
영원토록 잊히지 않는 가슴팍에 깊게 자리한 모정에 비망록일 수도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잊혀졌던 것들이 문득 손에 잡힐 때
그 속에 숨어있던 흔적들에 가슴이 아릿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 모습은 곳곳에 배여 내몸인 듯 살고있는
진한 향기와도 같겠지요
저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월의 길이 만큼
기다랗게 늘어나 잊혀졌다 되살아나는 기억의 길이
그 크나큰 매듭을 차마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USB에 내장된 데이터처럼 스쳐지난 추억의 갈피가 너무 많아요.
저장기능이 약해져서 다행이지 그렇지않으면 머리가 터질겁니다.
그래도 동심의 그 여름, 그 여울목에 발가벗고 미역감던 그 지지배들!
지금도 초딩 모임가면 늘 그얘기가 화두입니다. ㅎ ㅎ ㅎ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석촌 시인님!
정석촌님의 댓글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젠가 띄어
개발새발 쓰여진 낯 붉혀 읽은 케케묵은 일기가
장마철 벽장 속에 숨어있던 묵은 냄새처럼 ......
고맙습니다